지난 3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74㎜였다. 세계 평균 강수량 807㎜보다 약 1.6배 많다. 수자원 총량은 연간 1천297억㎥에 달한다. 이리도 물이 풍부한 나라에서 웬 물 걱정이냔 소리가 나올만하다.
하지만 이를 인구수로 나눠보면 달라진다. 1인당 연간 사용가능한 수자원량은 1천453㎥ 정도다. 세계 평균 8천372㎥의 17.4%에 지나지 않는다. 강수량은 적지 않지만 높은 인구밀도가 문제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매년 1천700㎥ 미만)에 속한다.
이뿐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의 70%가 7, 8월에 집중된다. 비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이를 가둬둘 시설은 부족하니 우리나라의 하천 취수율(강물을 각종 용도로 사용하는 비율)은 높다. 유엔은 하천 취수율이 20~40%에 이르면 '심각한' 물 스트레스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36%로 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나라에 속한다. 우리나라보다 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심각한 나라는 이집트, 이라크 등 사막국가뿐이다.
한반도가 타들어가고 있다. 소양감 댐은 수위가 152.3m로 1974년 댐 준공 후 최저 수위를 불과 30여㎝ 앞두고 있다. 충주댐도 마찬가지다. 저수율이 23.3%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는 한 해 농사를 망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돈다.
16개의 보를 짓고 준설공사를 벌인 4대강 본류 주변은 가뭄피해에서 비켜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7억2천만㎥의 물을 확보했고, 보 설치 후 하천 수위가 평균 1.7m 높아진 덕분이다. 4대강 보로 혜택을 받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17% 정도다. 이들 농지가 가뭄 피해를 입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면적이다.
녹조를 막기 위해 4대강 보 문을 열라고 아우성이던 정치권이 이제 4대강에 저장된 물을 가뭄지역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아우성이다. 극심한 가뭄 피해를 호소하는 곳은 경북 북부 등 4대강 본류서 벗어난 지천 지역이 대부분이다.
기후 변화는 더 심해지고 물은 부족해진다. 정부는 2025년이면 연간 13억9천만㎥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안동댐 저수량(12억5천만㎥)을 약간 웃돈다. 그런데도 물을 가둘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메르스와 함께 한국을 덮친 극심한 가뭄이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란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정부가 제 할 일을 하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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