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도 하기 전 손 소독부터…대구경북 종교계 '메르스 예방' 안간힘

성당·교회·사찰 손 세정제 비치…주요 행사 참석 신자 크게 줄어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주지 수진 스님)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주지 수진 스님)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우려와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경북 종교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자 미사나 예배, 법회 등에 참석하는 신자(도)들이 평소에 비해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주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한편 신자(도)들의 메르스 예방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천주교, 메르스 관련 지침 내려, 각종 의례 생략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대구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첫 발생한 이달 16일 교구 구성원들을 위한 메르스 관련 지침을 내놨다. 이 지침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거나 평소 지병이 있어 감염에 대한 심리적 우려가 큰 신자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그날의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묵주기도나 본인이 선택한 적절한 기도를 하면 된다. 신자와 사제가 가까이에서 서로 마주해야 하는 '고해성사'도 다른 대죄가 없는 경우 보지 않아도 된다.

이 지침은 또 미사에 참석할 경우 신자들끼리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성당에서는 미사 중 악수 등으로 접촉하는 평화의 인사와 주님의 기도, 그리고 축성된 빵(성체)과 포도주(성혈)를 받는 양형영성체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성당 행사 후 신자들이 함께하는 식사나 음식 나눔도 일절 금지된다. 주일학교의 휴교 여부는 담당 신부의 재량에 맡겼다. 앞서 천주교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6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기로 했던 '통일기원 국악한마당'을 무기한 연기했다. 의정부, 부산, 광주 등 전국 여러 교구에서 잇따라 메르스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개신교, 손 세정제 비치'악수도 인사로 대신

개신교 교회들도 예정된 행사나 모임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한편 예배 시 메르스 예방조치에 나섰다. 홀리클럽은 18일로 예정됐던 하계수련회를 연기했으며, 군 선교회 역시 이달 말에 가기로 했던 군부대 방문을 10월 말로 연기했다. 제일교회는 메르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신자와 외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식당과 카페의 폐쇄 여부를 21일 당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대명교회 장창수 목사는 "각 예배실은 물론 주요 공간마다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악수도 정중한 인사로 대신하는 등 메르스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자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예배에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교, 동화사 관광객 급감, 불교대학 강의도 인터넷으로

동화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들도 법회가 열리는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행사나 모임 등을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 동화사는 21일 열릴 예정이던 군 장병 수계법회를 잠정 연기했으며, 21일 예정됐던 희망콘서트도 연기했다. 동화사 한동기 종무실장은 "법회가 열리는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곳곳에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하고 신자들에게 메르스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며 "대구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자 동화사를 찾는 신도는 물론 관광객마저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는 수시로 문 손잡이나 화장실 등을 소독하고, 열감지기로 신도들의 열을 체크하고 있다. 대관음사는 또 매주 토요일 해오던 무료급식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요양원 면회도 사절하기로 했다. 수향 홍보팀장은 "강의도 29일부터 인터넷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