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웃 배려가 메르스 극복 앞당긴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나타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 달째 유행 중이다. 이 탓에 경제는 파탄이 났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처음 20%대로 곤두박질을 쳤다. SNS 상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판을 쳐 국민은 불안해하고, 이 틈을 탄 보이스피싱까지 기승이다. 온 나라가 메르스 광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민심이 흉흉하다. 치사율이 높고, 전염력이 강해 19일 현재 166명의 확진 환자와 5천900여 명의 격리자가 발생했는데도 아직 뚜렷하게 숙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대구의 첫 확진 환자가 공무원으로 밝혀지면서 가족과 남구청 동료 공무원, 그의 동선(動線)에 나타난 경로당과 가게, 식당 등은 황폐해질 정도다.

이 공무원과 접촉 가능성이 큰 구청 동료의 아이들은 학교나 어린이집 등교 자제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또, 자가격리자는 이웃으로부터 외면받고, 이사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등 전염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사회적인 소외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자가격리자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혹시 이웃에 알려지면 불필요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느끼는 이러한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누구도 병에 걸리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메르스 전파 진원 병원으로 밝혀진 평택 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온 뒤 자진 신고하지 않아 병을 확산시킨 이들을 제외하면 확진 환자나 자가격리자는 모두 선의의 피해자다. 또한, 메르스는 잠복기 때는 감염이 안 되고, 자가격리자는 확진 환자와의 직접 접촉보다는 그 동선 상에 있었다는 정도여서 발병 가능성도 낮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가격리 해제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자가격리자가 스스로 외출을 줄이고,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해 보건소에 연락하는 등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웠지만, 메르스는 극복하지 못할 병이 아니다. 과거 위기 때마다 보인 우리 국민의 힘은 무능한 정부보다 훨씬 뛰어났다. 자가격리 중인 학우(學友)에게 격려 편지를 쓴다거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완쾌해 돌아온 동료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등의 이웃에 대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행동하기는 쉽지 않지만, 모두가 고통받을 때 합심해 서로 돕고, 힘든 이웃을 붙잡아 일으켜 함께 가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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