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광장] 김문수·김부겸의 동상이몽

1966년 대구생. 경북대 석사. 계명대 언론학 박사
1966년 대구생. 경북대 석사. 계명대 언론학 박사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최근 관심을 끄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청소년과 부모가 출연해 같은 주제를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감과 소통을 시도한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대화로 풀어내며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 정치인 꿈을 가진 자녀와 함께 부모가 나왔다고 치자. 아이는 잘살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의 꿈을 갖게 되었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힌다. 정치인들의 강연회에 곧잘 가고 정치기사 스크랩도 열심이다.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반응은 어떨까. 십중팔구 걱정하고 말리려 들 것이다. 정치인의 삶은 정상적인 삶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부모의 눈에 비친 정치인의 모습이 그런 탓이다. 하지만 굳이 정치를 하려거든 이런 정치인은 되어야 한다고 접점을 찾는다면 찾지 말란 법도 없다.

김부겸은 수도권에서 3선 의원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대구로 왔다. 그가 대구로 오면서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지역구도 타파다. 블랙홀 같은 '묻지 마 선거'의 특성을 보이는 대구에서 곧바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2012년 총선과 2년 뒤의 대구시장 선거에서 40%의 득표율을 올린 것이다. 더구나 시장선거에서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수성갑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내년 총선은 삼세번의 도전이다.

김문수는 수도권에서 내리 3선을 하였다. 그리고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재선까지 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세 번째 경기도지사의 꿈을 접었다. 대권을 향한 도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하려 대구에 왔다. 대구의 재도약과 보수 정치의 중심인 대구정치를 혁신하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수성갑이 결코 쉽지 않은 지역구라는 말로 일각의 '꽃가마'론을 일축했다.

두 사람이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게 된 것은, 다르지만 같은 꿈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길목으로 대구 수성갑을 선택한 것이다. 둘은 고등학교와 대학, 운동권의 선후배로 한때는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김문수의 수십 년 지기가 김부겸의 손위 처남일 정도로 개인적 관계도 결코 멀지 않다. 젊은 시절, 치열한 삶의 흔적 못지않게 정치에 입문해서도 실리만을 좇지 않고 비교적 맑은 정치를 추구했다는 점도 뭇 정치인들과 비교된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지역의 유권자를 상대로 '김문수의 길'과 '김부겸의 길'을 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부겸의 길'과 '김문수의 길'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여기에는 출마 명분이나 리더십은 물론 미래 비전도 당연히 포함된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김문수의 길'과 '김부겸의 길' 중 어느 것이 어울리는지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종대의 책 '위기의 장군들'에는 장교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인용하고 있다. 위관급 장교는 '우수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고급 임무를 수행할 잠재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영관급 장교는 '유능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고급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장군은 '훌륭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능력은 검증된 만큼 인격적 평가가 전제된 리더십을 말한다. 큰 꿈을 그리는 정치인 김문수와 김부겸의 평가 기준은 어때야 할까.

정치인의 평가는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각색한 메시지가 유권자에게 어떻게 비치는가와 맞물린다. 유권자와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애써 필요한 이유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자녀와 엄마가 갈등하며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는 김문수와 김부겸의 이기는 길이 숨어 있다.

박창원/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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