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는 오욕으로 끝난다. 남들은 영광을 치지도외하고 오욕의 생애만을 부각시킬 것이다. 나도 자주독립만을 절대치로 믿는 사람이다. 단지 그 차선이 친일이었을 따름이다."
1926년 2월 죽음을 앞둔 이완용은 아들 등 가족을 불렀다. 옛날을 회상하며 "내가 왜 농군의 자식으로 태어나질 못했는지 한스럽구나"며 한탄했다. 또 "일본도 언젠가 망할 날이 올 것이다. 이 나라가 흥할 날도 있을 게다. 그때 이 이완용이 늘 본보기로 비판이 된다면 나의 존재 의의가 거기 있다"며 매국 의미(?)도 부여했다. 그리고 "너나 네 아들이나 아들의 아들이 또 그 아들들이 이 이완용의 후예임을 창피하게 여겨 기를 못 펴고 살겠지…나는 내 나라를 일본에게 넘겨주는 교량의 역할을 했다. 이 무슨 운명의 소치냐!"며 자식 앞날을 걱정했다.
소설가 류주현이 소설 '조선총독부'에서 그린 이완용의 마지막 모습이다. 소설 속 그의 말처럼 역사는 그렇게 흘렀다. 나라는 독립했고 그는 매국노의 대명사가 됐다. 후손 역시 후예임을 창피하게 여기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애국이냐 매국이냐, 무엇이 좋은지 모를 갈림길에서 택한 그의 길은 부귀영화가 가득한 비단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무슨 운명의 소치냐"라는 한탄처럼 끝났고 후손은 저주의 길이자 치욕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그의 맞은편에는 독립의 상징 백범 김구가 있다. 일찍 독립국가 문지기를 자원할 만큼 소박했던 그는 독립만 생각했다. 온 삶을 바쳐 조국광복의 가시밭길을 마다치 않았고, 후손과 뒷사람에게 그 길은 영광의 길이자 가고 싶은 길이다. 아들 김신은 공군 창설요원으로 6'25전쟁 때 비행사로 참전했고 공군참모총장 등으로 애국했다. 손자 김양 전 보훈처장과 증손자 역시 공군장교로 복무했다. 김신 등은 3대 공군가족인 셈이다. 임정 때 백범의 한국광복군 창설 공로로 백범 가문은 지난해 병역명문가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게다가 백범과 김신, 김양은 3대에 걸쳐 국가훈장도 받았다.
그런데 김 전 처장이 방위사업 비리로 조사를 받는 중이라 한다. 연일 터지는 고위공직자 비리지만 그의 소식은 안타깝다. 독립운동가 후손은 친일파 후손과 달리 더 힘들게 살아 역경을 딛고 일어서기가 더욱 어렵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겪는 처신의 어려움을 다시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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