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파 2배·배추 3배,채소값 급등…채소상도 음식점도 모두 울상

가뭄으로 인해 양파와 무, 배추 등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도'소매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서 조금만 사 가야겠다"며 미안한 기색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괜찮다, 이해한다"면서도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채소가게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양파와 무, 배추 등이 올해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 탓에 생산량이 14%나 떨어졌고, 그로 인해 가격이 많게는 두 배가량 비싸졌기 때문이다.

한 채소가게 업주는 양파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이 업주가 김천에서 떼 온 양파 20㎏(알이 가장 큰 것)짜리 한 망은 2만4천원(소매가 기준)이었다. 올 1월 처음으로 사들인 비슷한 크기의 제주산 양파 15㎏짜리 한 망이 1만2천원이던 것과 비교해 1㎏당 800원에서 1천200원으로 50%나 뛰었다.

메르스 여파로 음식점 손님이 줄자, 음식점에서 사 가는 채소도 지난달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칠성시장 상인 송모(45) 씨는 "어제는 이틀에 한 번꼴로 양파를 사러 오던 음식점 납품업자가 통 오지 않기에 전화했더니 '식당에서 한동안 양파를 사지 않겠다'고 하더라. 단골 음식점 업주들도 전화로 양파 가격만 묻고는 통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근 상인 최모(54) 씨도 "메르스가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채소값이 천정부지다. 사다 놓긴 해야겠고, 팔리지는 않으니 어쩔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농협 하나로마트에 따르면 가락도매시장을 기준으로 무 가격은 1월 6천938원에서 이달 1만242원으로 6개월 동안 47.6%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와 양파, 마늘, 감자도 각 176%, 100%, 18%, 14%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점에서도 채소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달서구 월성동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일주일 전부터 배달 음식에는 양파를 뺀 채 단무지만 배달하고, 홀 손님에게도 단무지와 양파를 필요한 만큼만 내 드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볶음밥 등에 양파가 필수로 들어가는데, 값이 뛰었다고 이것만 쏙 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해했다.

중구 동인동 한 음식점 업주도 "배추값이 오르니 김치가 금(金)치가 됐다"며 "메뉴판에 '국내산 배추김치'만 쓴다고 적어 놨는데 이제 와서 중국산 김치를 들일 수도 없으니 고민이 크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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