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국가개혁은 완전한 지방분권화로부터

1962년 경북 경산 생. 금오공고
1962년 경북 경산 생. 금오공고'경북대 졸. 공인회계사. 전 대구시 감사관.

R&D예산 효과·집행 투명도 모두 낙제점

하부조직에 자율성·책임 위양해야 건전

분권화 측면에선 남부권 신공항 꼭 필요

다양성 통한 창의적 경쟁이 발전 원동력

"공공 R&D 예산은 눈먼 돈이고 서로 나눠 먹기 한다. 한국 R&D 규모는 GDP의 4%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선진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2015년 3월 20일 자 한 일간지 기사 내용이다. 사실 그렇다. 약 20조원에 이르는 공공 R&D 예산의 효과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 모두 낙제점수라는 말이다. R&D 정책의 가장 큰 실패 이유는 중앙정부가 R&D 정책개발과 재정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집권적 국가구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규모가 비대해지면 형식과 절차주의, 관료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조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구성원의 일사불란한 이해와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안은 분권화다. 규모가 큰 조직이 분권화하지 않으면 하부조직은 상부조직의 일방적 결정과 지시에 피동적으로 움직인다.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없다.

분권화는 하부 조직(부서 또는 개인)에 자율성과 책임을 위양하는 것이다. 자율성은 수단과 권한이 주어질 때 가능하다. 국가 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옛 소련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분권화가 되지 않았음이요,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맹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연방의 형태로 분권화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 국가구조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지출의 비효과성과 비투명성이다.

상법, 근로관계법규, 공정거래법 등의 기업제도를 만드는 권한도 지방으로의 위양을 시도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근로관계법규로 인한 기업의 비효율성이다.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현상과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

지금처럼 전국의 모든 기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기업제도로는 노사의 이해관계와 여야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기업제도 개선이 불가능하다.

분권화이론에서 보면 남부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적 차원에서 남부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50점밖에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보다 때론 국가 전체적 이익이 우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화란 수단과 권한을 지방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 대 지방, 수도권 대 지방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남부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2000년 6월 미국 연방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MS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동종기업의 경쟁력을 상실시켜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는 이유였다. 수도권집중화현상은 지방의 경쟁력을 점차 잃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 내에서 청와대와 중앙부처와의 관계도 분권화되어야 한다. 중앙의 주요 인사권은 청와대가 독차지하고 있다. 공기업의 사외이사까지도 청와대에서 직접 챙긴다. 중앙부처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강력하게 행정업무를 추진하려면 인사권을 부처 장관에게 주어야 한다.

지방분권화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조그만 나라에 그것이 필요하냐고 말한다. 분권화는 다양성과 자율성에 의한 창의적 경쟁을 유발하자는 것이지 크기와는 관계없다.

16개 광역시도는 분권화의 단위로도, 다양성을 가질 만큼 개수도 충분하다. 또 다른 반대론자들은 분권화에 필요한 지방재정을 조달할 방법이 어렵다고 한다. 지방재정이 반드시 지방세로만 조달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국세로 조달된 재정을 일정한 룰에 의해 총액으로 배분하면 된다.

현재 지방에 배분되는 국비는 항목별로 꼬리표가 붙어 있어 1원짜리 하나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지방재정의 파탄이 우려된다는 논리도 있다.

지금의 공공 R&D 예산처럼 말아먹기야 하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혁신적으로 잘하는 하나의 지방은 있을 것이고 성공한 사례는 다른 지방으로 확산될 것이다. 지방분권화, 반드시 가야할 길이지만 쉽지 않다. 중앙집권적 국가구조에서의 기득권자인 중앙의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하나로 뭉쳐도 이루어내기 어려운 일이다. 유일한 길은 기득권자들을 설득하거나 물리칠 수 있는 탁월한 지도자의 출현밖에 없어 보인다.

강병규/세영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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