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인 구강 관리-플라크 없는 '상쾌한 입' 잇몸·치아 사이 잘 닦아야

건강은 입 안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소화기관인 치아가 씹는 기능을 잃으면 영양소 섭취에 지장을 받는다. 충치와 잇몸 질환으로 입 냄새가 나거나 치아가 누렇게 변색되면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치아가 약한 아동이나 노인들에 비해 30~50대 성인은 구강 건강관리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바쁜 회사 업무와 잦은 외근으로 칫솔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들도 임신이나 월경 등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치주질환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충치와 잇몸병

치아우식증(충치)은 치아의 상아질을 보호하는 단단한 물질인 법랑질이 입안 세균에 의해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충치의 주원인은 치태(플라크)다. 플라크는 입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세균들이 침 속의 특정 성분과 엉겨붙으며 생겨난다. 플라크가 제거되지 않으면 치아를 잠식하는 충치가 된다.

충치는 치아와 음식물이 닿는 면보다는 치아와 치아 사이나 치아를 덧씌운 수복물 아래쪽에 생기기 쉽다. 잘못된 칫솔질 등으로 플라크를 제거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방치하기 때문이다. 치아 사이나 수복물 아래 충치가 생기면 신경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치실이나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를 자주 청소하고, 간식을 피하며 정기적인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잇몸병(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 성인 중 94%가 잇몸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이 있어도 통증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이를 결국 뽑는 경우도 상당수다. 잇몸병 초기나 중기 단계에는 칫솔질을 할 때 피가 나거나 잇몸이 근질거리고, 피곤하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말기에 이르면 이가 흔들리고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을 느낀다. 잇몸병의 1차적 원인도 플라크와 딱딱하게 변한 치석이다. 치과 치료만으로는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치 습관을 바꾸고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잇몸병, 심혈관 질환, 당뇨 악화시켜

특히 흡연은 잇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담배를 피우면 잇몸에 멜라닌 색소가 스며들면서 잇몸이 분홍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바뀐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잇몸병을 악화시키고 치아와 치조골에 공급되는 혈류량을 줄여 치료가 잘되지 않게 만든다. 잇몸병 환자는 협심증이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25% 정도 높다. 잇몸이 오랜 기간 세균에 감염되면 백혈구가 늘어나 심장혈관에 혈전 형성을 유도하고 심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잇몸병과 당뇨병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오르지 않도록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잇몸병으로 음식을 씹기 불편하기 때문에 소화가 쉬운 지방과 당류를 많이 먹게 된다.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식습관이다. 또 정상보다 많은 수분을 당분과 함께 소변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입안이 마르고 침의 당도가 높아 잇몸병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잇몸병에 걸릴 위험이 2.8~3.4배 높고, 당뇨병 환자가 잇몸병에 걸리면 진행 속도가 정상인보다 2.6~4배나 빠르다.

◆플라크, 제대로 관리하려면

음식 찌꺼기와 세균이 결합한 플라크는 모든 구강질환의 원인이다. 따라서 치아 건강은 플라크를 잘 제거하는지에 달려 있다. 칫솔질의 횟수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양치 방법이다. 칫솔 머리는 치아 2, 3개가 동시에 닿는 정도가 좋다. 너무 딱딱한 칫솔모는 플라크를 잘 제거할 수 있지만 잇몸이나 치아에 손상을 줘 잇몸이 뿌리 쪽으로 내려가는 '치은퇴축'이나 치아의 뿌리 부분이 파이는 '치경부 마모'를 일으킬 수 있다. 칫솔모는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통풍과 건조가 잘되는 곳에 보관하고 1주일에 한 번은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는 게 좋다.

칫솔은 3개월마다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칫솔모가 1, 2주 만에 닳아버린다면 너무 격렬하게 칫솔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6개월 이상 썼는데도 칫솔모의 모양이 그대로라면 칫솔질을 덜 한다는 뜻이 된다. 칫솔질은 플라크가 잘 끼는 잇몸과 치아의 경계부위를 잘 닦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 안쪽과 이가 빠진 부분을 더 세심하게 닦고, 씹는 면은 가장 먼저 혹은 마지막에 닦는다. 양치질을 너무 강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하면 잇몸이 가라앉으면서 치아가 길어 보이게 된다. 치실은 아래, 위로 움직이며 사용하고, 치간 칫솔은 수평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치약은 칫솔모 사이로 들어가도록 직각 방향으로 밀어 넣듯이 짜야 한다. 이렇게 하면 칫솔질을 하는 동안 일정액의 치약이 나와 칫솔질을 마칠 때까지 치약을 사용할 수 있다.

서조영 경북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구강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검진"이라며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치과 검진을 받고, 평소 하루 3, 4회가량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하고, 치아와 잇몸뿐만 아니라 입천장과 혓바닥도 잘 닦아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서조영 경북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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