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야당의 조건반사적 '공안통치' 발언, 국민은 식상하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하자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야당 탄압' '공안통치' 등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유력한 증거가 분명하게 있는 사실들에는 눈을 감고 전직 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떠 황교안 총리가 공안검사 출신임을 상기시키며 "검찰의 이러한 행태가 공안통치의 시발점이 아니길 빈다"고 했다. 김 의원의 소환을 사실상 공안통치로 규정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이해 방식에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김 의원의 혐의는 2012년 총선 무렵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 측에서 3천만원 안팎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이러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소환은 확인의 한 과정이다. 김 의원이 떳떳하다면 검찰에 당당히 출석해서 결백을 입증하면 된다.

새정치연합의 반발은 검찰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인제 의원을 소환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이 의원 역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오는 26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이 야당 의원을 소환할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나오는 '공안통치' '야당 탄압' 발언은 이제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낡은 수법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겠지만 지금도 그런 '물타기'가 계속된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새정치연합의 반발은 '김 의원을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검찰에 '수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도 옳지 않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김 의원의 혐의는 수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으면 훨씬 더 국민의 공감을 샀을 것이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받아야 하고 죄가 확인되면 처벌을 받는 것은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야당이라고 '성역 없는 수사'의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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