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 넘는 불볕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 있다. 바로 얼음골이다. 자연이 준 선물 얼음골은 예로부터 피서지로 인기가 많았다. 삼복더위에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시원하기 때문.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올해도 얼음골에는 피서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가슴까지 얼려주는 얼음골로 떠나보자. 이참에 금성권역의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의성 빙계계곡=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자연의 신비감 때문에 올해 초 '의성 빙계리 얼음골'이란 이름으로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527호)로 지정 고시됐다. 얼음구멍 '빙혈'과 찬바람이 나오는 바람구멍 '풍혈'이 있어 '빙산'으로 불리는 작은 산을 감돌아 흐르는 빙계계곡은 바위틈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은 듯 시원한 바람이 나와 무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또 예로부터 경북 8승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광도 자랑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빙계계곡에는 8경이 자리 잡고 있다. 제1경이 빙혈, 제2경이 풍혈, 제3경이 인암, 제4경이 의각, 제5경이 수대, 제6경이 석탑, 제7경이 불정, 제8경이 용추다.
계곡 초입에는 빙계서원이 있다. 빙계서원은 조선 명종 11년(1566) 모재 김안국을 봉향하기 위해 회당 신원록이 창건했다. 선조 9년(1576) 장천서원으로 사액을 받았지만, 선조 33년(1600) 학동 이광준이 회재 이언적을 합향하여 빙계서원으로 개칭했다. 이후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여헌 장현광을 추향해 오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것을 2006년 복원했다.
빙계서원을 지나 계곡을 조금 올라가면 마을이 나온다. 마을 뒷산이 빙혈과 풍혈이 있는 빙산이다. 맨드라미 등이 곱게 핀 낮은 돌담길을 지나 산기슭을 조금 올라가면 빙혈이 나온다. 빙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워낙 강해 10m 앞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풍혈은 빙혈 위에 있다. 빙혈 옆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신비의 풍혈이 자리 잡고 있다. 빙혈로 가는 길목에는 보물 제327호인 '의성빙산사지오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빙산사라는 절을 세우면서 만든 석탑이다. 조선 태종 6년(1406) 폐사된 후 많이 훼손된 것을 1973년에 복원했다. 복원 당시 탑에서 발견된 금동사리장치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빙계계곡은 오토캠핑장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휴가철을 맞아 오토캠핑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다. 대구~중앙고속도로 군위IC~5번 국도 대구'군위 방면~대구'가산 방면~919번 지방도 우보 방면~영천'의흥 방면~28번 국도 안동'의성 방면~68번 지방도 춘산'가음 방면~현리휴게소라는 간판이 붙은 슈퍼마켓에서 좌회전하면 빙계계곡 입구다.
◆구름도 쉬어가는 고즈넉한 '산운마을'=부족국가인 조문국의 도읍지 금성면 산운리에 자리한 산운마을은 의성의 대표적인 고택촌이다. 일명 '대감촌'으로 불리는 영천 이씨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구름을 깔고 앉은 금성산 자락에 고즈넉이 안긴 마을은 옛것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전통의 보고다. 마을 입구와 점우당 등 곳곳에서 과거에 급제하거나 벼슬이 올라가면 집 주위에 한 그루씩 심는다는 회화나무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조선 명종 때 영천 이씨의 입향시조인 학동 이광준을 위해 지은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242호)와 지방중요민속자료인 소우당, 운곡당(전통건조물 11호), 점우당(전통건조물 12호) 등 전통 고가옥들이 옛 숨결을 품은 채 산운마을을 지키고 있다. 산운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처럼 많이 알려진 것도, 관광지로서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기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이 있다.
산운마을로 들어서면 마치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경계선을 넘는 듯하다. 마을 안은 400년 전 과거를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병풍처럼 두르고 40여 채의 고택이 그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산운'(山雲)이라는 이름은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을 보고 붙여졌는데, 실로 금성산의 넉넉한 품에 안긴 마을의 분위기는 구름도 쉬어갈 듯 조용하다. 산운전통마을 바로 옆에는 생태공원이 자리해 자녀의 자연학습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의성군이 폐교를 매입해 생태관과 자연학습원을 겸비한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전시실과 마을자료관, 영상실, 강의실 등을 갖춘 생태관과 연못, 초가 정자, 징검다리 분수, 초화류 등을 식재한 생태연못과 잔디광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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