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계성중고등학교에서 국어와 한문교사로 제자들을 길러낸 최태연(79) 씨는 평생을 바쳐 우리말의 호칭어 연구에 몰두해 온 국어학자이다. 최 씨가 지난해 말 국립국어원 종무식장에서 감사패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최 씨의 내공을 짐작할 만하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이라는 책에 나타난 호칭어의 오류를 찾아내 지적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최 씨는 "시간은 자꾸 가고 아직 할 일은 너무 많이 남았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에서 국어사전의 호칭어 오류를 인정했지만 사전을 수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80줄에 접어드는 그로서는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자칫하다가는 오류를 지적했음에도 그 오류가 수정 지연으로 정설로 굳어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에서다. 생전에 호칭어의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각계의 인사들을 만나 주장을 펼치느라 바쁘다.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대표적인 오류의 사례로 지적하는 것은 내외종(內外從)으로 불리는 외사촌과 고종사촌에 대한 호칭과 죽은 이의 부인을 가리키는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말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내외종이라는 말에서 내종(內從)을 고모의 자녀인 고종(姑從)으로, 외종(外從)을 외삼촌의 자녀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외삼촌의 자녀가 내종이고, 고모의 자녀가 외종이라는 것. 그 근거로 딸은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고 한다는 점을 들었다. 출가외인의 자녀인 고종이 외종이 된다는 것이다. 출가한 딸이 낳은 아이들을 외손(外孫)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더라도 고종은 외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에 대해 대구의 대표적 한학자였던 류석우, 이수락, 권오근 선생에게 자문했다고 했다.
부고에 자주 등장하는 망자의 부인을 일컫는 미망인도 대표적으로 잘못 사용된 말이라고 했다. 미망인은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이다. 또 부고의 작성자는 일반적으로 호상(護喪)이 되는데, 호상은 일가라도 8촌을 넘어야 하거나 타성바지가 맡는 게 관례다. 남이 망자의 부인을 향해 미망인이라고 하면 망발이라고 했다. 남편이 살았든 죽었든, 남의 아내를 높이는 말은 부인(夫人), 영부인(令夫人), 합부인(閤夫人)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미망인은 망인의 아내가 스스로를 낮춰서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최 씨는 담수회 류시관 회장의 부고에 영부인을 미망인으로 표기했다가 대구경북지역 유림들의 질타가 빗발친 일이 있었음을 들며 미망인이라는 호칭이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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