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방천시장도 서부시장과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전성시 사업'에 방천시장이 선정됐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장 환경을 개선하려는 지역 예술가들이 몰렸고 이와 동시에 젊은이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또한 '김광석 거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3년 여름부터는 휴일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일부 공간만 활성화됐을 뿐 '전체 시장'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쌀이나 채소, 건어물 등을 팔며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치솟는 땅값을 견디지 못하고 오래된 터를 떠나야 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모(58) 씨는 "1년 전부터는 원래 있던 상인들이 대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 2년 사이에 월세가 3, 4배 오르니 배추나 쌀을 팔아서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방천시장은 더는 '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먹자골목'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기존 상인 가운데 아직 방천시장을 지키는 이들은 이제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채소 장사를 하는 한 상인도 "겨울에는 뻥튀기랑 김장김치 장사를 해서 돈을 좀 벌었는데 조만간 나가야 할 것 같다. 월세가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려워 시골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려 한다"고 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특성화 사업이 기존 상인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은 "아무리 개발을 하더라도 전통시장의 정체성은 최대한 살리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 방식이 그대로 진행되면 기존 상인들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권을 활발하게 살리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지 말고 기존의 상인들까지 살아갈 수 있도록 '상생 대책'을 세워야 한다. 행정기관이 일대 부대시설 정비를 일괄적으로 도와 기존에 형성된 상권에까지 소비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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