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디 편안히 가시기를
누가 나에게
이곳 대구 문단에서 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한 한 사람을 묻는다면
나는 내가 본 당신에 관해 대답하리라.
당신은 소설가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짓밟힌 젊은이들의
마치 숭숭 뚫린 허파처럼 허탈하고 엉성한 청춘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담아내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고.
누가 나에게
당신을 좀 더 알고 싶다고 묻는다면
그때 나는 당신의 '먼 북소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리라.
소설가 윤장근은
이미 이 땅을 떠나가셨으나
그의 마음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한 권의 참한 소설집이 여기 있어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노라고.
당신은 일찍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가서 배움에 열중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떠밀려서 대구로 내려와
열렬한 문학청년으로 삶과 죽음을 노래하다가
어느 날 좋은 사람들 만나서 소설가가 되었다고.
당신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였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지극히 싫어했으며
허튼수작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였고
문학은 혼자서 사유하고 즐기는 것이란 신념으로
오로지 원고지의 빈칸을 메우느라 날밤을 지새웠다고.
그러다 마침내 병이 들어
젊음을 불태웠던 열정도 잠재우고
아끼던 신라 토기들도 저만치 밀쳐놓고
읽고 쓰느라 겹쳐 쓰던 돋보기안경마저 접어둔 채
이제 여기 지극한 사랑 속에 고요히 누워계시노라고.
-소설가 윤장근 선생 영전에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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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윤장근 이상화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 24일 새벽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대구에서 출생한 선생은 1957년 경북문학협회 창설위원으로 참여하였고, 대구문협 소설분과위원장, 죽순문학회장 및 이상화기념사업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매일신문에 중편 '살풀이 변조'(1987)를 연재하였으며, 소설집 '돌아온 사람'(1987), '산성의 바람소리'(1997), '먼 북소리'(1996) 등의 창작집과 '문화재 기행' '대구문단인물사'(2010) 등의 저서가 있고, '이상화문학앨범'과 '영광의 뒤안길에서' 등의 편저가 있다. 금복문화상, 대구광역시문화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정자, 아들 현준(SK하이닉스 팀장), 자부 임은희, 딸 경숙·은숙, 사위 전병익(동양대학교 교수), 전재학(사업) 씨가 있다. 빈소는 대구전문장례식장 귀빈실 201호, 장지는 군위 천주교 공원 내 납골묘이다. 발인은 26일(금) 오전 9시, 장례는 죽순문학장으로 치러진다. 010-299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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