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에 가뭄, 메르스까지 농민들은 지금 죽을 지경인데, 군수 등 기관장들이 이럴 수 있습니까. 정신 나간 일이지요."
가뭄으로 농촌 들녘이 타들어가고 있던 25일 오전 10시 조용한 봉화에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경찰 사이카(순찰 오토바이)와 순찰차가 앞선 가운데 관광버스 2대가 뒤따르는 등 호송행렬이 길게 이어진 것.
지역민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 이 행렬은 봉화군 지역 기관단체장들의 사적인 모임인 '수요회'가 만든 광경으로 밝혀졌다. 원래 수요일 모임이지만 이날은 수요회 회장인 박노욱 군수의 개인 사정으로 하루 미뤄졌다.
이날 수요회 모임에는 박 군수를 비롯해 황재현 군의회의장, 박주진 경찰서장, 조시박 교육장, 이형복 농협봉화군지부장, 박현국 경상북도의원, 이정수 문화원장, 박우선 민주평통협의회장 등 봉화지역 기관'단체장과 관변단체장 등 44명(총회원 5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군청 버스 한 대와 임대 버스 한 대에 각각 나눠타고 군청을 출발, 모임 장소인 석포면 영풍제련소까지 1시간가량 경찰차의 특별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메르스 여파로 지역 경기는 침체되고 최근 내린 우박 피해와 가뭄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는데 기관장들은 모임을 하면서 공무에 사용해야 할 경찰 순찰차와 사이카까지 동원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며, "대통령 행차도, 1970'80년대도 아닌데 경찰 호송단의 호위 속에 사적인 모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주진 봉화경찰서장은 "석포까지 가는 데 1시간가량 걸리는 데다 국도 확장 공사로 길이 험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에스코트를 했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군에서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환경과 수질 문제로 말썽이 많은 영풍제련소를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직접 방문, 문제점을 확인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제련소 1'2'3공장을 둘러본 후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봉화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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