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파동'이 메르스와 가뭄으로 불안하고 힘든 민초들의 가슴을 더 짓누르고 있다. 먹고살기 팍팍한 이 판국에 청와대와 국회는 도대체 민생에는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법 자체만 보더라도 그렇다. 결론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을 포함한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장과 행태가 볼썽사납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앞서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두 차례나 공동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해명 또는 설명이 있어야 했다.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이던 1998년 12월 공동 발의한 개정안을 들여다보자. 이 개정안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야가 압도적 찬성으로 합의한 개정안도, 국회의장이 완화시켜 내놓은 중재안조차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17년 전에는 지금보다 더 강제성을 띤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거나, 위헌인 줄 알면서도 무리하게 발의했다는 말인가. 국회의원일 때와 대통령이 된 뒤의 입장이 바뀐 데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사태로 당청 간 소통문제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복수의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기자에게 개정안과 관련한 여야 협상과정에서 당청 간 의견조율을 거쳤는데도 청와대가 말 바꾸기를 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만들 때 헌법학자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자문까지 거쳤다는 전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 장관과 청와대 간 소통이 없었거나, 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공격하고 있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태도는 더 가관이다. 국회법 개정안 여야 합의 전, 이들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장에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자리에서 합의결정에 동의한 의원들이 '법당 뒤에서 종소리를 헐뜯는' 격이다. 대표답지 않은 김무성 대표의 모호한 태도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파동의 근저에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청와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관망할 경우 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친박 일부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위헌 논란이 아니라 정치적 노림수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질인 셈이다.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생활전선에서 악전고투하는 서민들이 엉뚱한 고래 싸움에 '등 터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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