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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을 전해줘, 이모티콘!…지금은 이모티콘 시대

아래 내용은 매일신문 이화섭 기자와 홍준표 기자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을 통해 나눈 대화를 캡처한 것이다. 지각한 홍준표 기자를 이화섭 기자가 가볍게 질책하면서 퇴근 후 술이나 한잔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이다. 이번 시도를 통해 이모티콘으로 감정과 의사소통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ㅠ.ㅠ' '@,@' 등으로 대변되던 과거의 이모티콘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만나며 새로운 모습으로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번 주 매일신문은 이모티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봤다. 이모티콘의 변천사부터 이모티콘이 돈이 되는 현장도 찾아봤다. 그리고 이모티콘을 다루는 만큼 '인터뷰 通'에도 특별한 손님을 모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문자상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표시하는 방식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10~30대에겐 이미 익숙한 표현방식이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은 이모티콘을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에서 '또 하나의 언어'로 주목받는 기회가 됐다. 특히 이모티콘과 거리가 멀 것 같았던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진입 장벽이 확 낮아지면서 자신의 감정 표현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사라졌다.

◆내 마음을 한 방에 전달하는 손쉬운 도구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을 뜻하는 영어 '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한 마디로 감정 표현을 나타내는 기호라는 뜻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익숙하던 시절에는 이모티콘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컴퓨터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1990년대에 들어 젊은 층들을 상대로 이모티콘의 사용이 늘기 시작했다.

젊은 층들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 전달의 편의성' 때문이다. 이돈호(29) 씨는 "더 나은 대화와 감정 표현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모티콘을 찾게 됐다"며 "이모티콘이 메신저나 스마트폰으로 대화할 때 나의 감정이나 의사를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자가 의사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이모티콘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이모티콘이 SNS나 문자메시지 등에 쓰이는 이유도 '감정 전달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박선우 계명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대부분의 SNS 글이나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개인 간의 친교나 사교를 위한 내용이 많고, 그런 내용일 경우에 이모티콘을 쓰는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감정 표현에 고민을 이모티콘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가볍게 이야기하는 문장들에 이모티콘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쉬워지고 귀여워졌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박효진(22) 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눌 때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 편이다. 특히 어머니와 대화할 때 가장 많이 쓴다. 주로 쓰는 이모티콘은 카카오톡에서 만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이모티콘으로 요즘 많이 쓰는 그림 형태의 이모티콘 중 하나다. 박 씨는 "처음에는 '엄마도 이런 걸 쓸 줄 아셨다니'라고 생각하면서 깜짝 놀랐는데, 요즘은 이모티콘 쓰시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며 "처음에는 상황에 안 맞는 이모티콘을 쓰기도 하셨는데, 자유자재로 쓰시는 데 얼마 안 걸리시더라"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은 이모티콘에 대한 접근을 어려워했던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쉽게 이모티콘을 쓰게 만들었다. 특히 요즘 이모티콘들은 '스티커', 또는 '스티콘'이라 불리며, 그림과 캐릭터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사용자는 자판을 복잡하게 누를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맞는 그림을 고르면 된다. 특히 카카오톡의 '카카오프렌즈'나 네이버 라인의 '라인 캐릭터'와 같은 기본 캐릭터 이모티콘은 그림의 귀여움까지 더해져 인기를 더 많이 얻는 것이다.

40대가 특히 이모티콘 사용에 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박선우 교수는 "지금의 30, 40대는 PC통신 시절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거쳐 지금의 스마트폰 환경의 모바일 메신저까지 두루두루 겪은 세대"라며 "그래서 이모티콘 사용을 어색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료 이모티콘이 수익을 내는 것도 어찌 보면 이모티콘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30, 40대가 유료 이모티콘에 대한 구매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모티콘은 이미 새로운 세계 공용어"라며 "다른 언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지적 능력과 연습이 요구된다"고 말할 정도로 이모티콘은 하나의 기호에서 언어로, 또 수익사업의 한 부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이모티콘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모티콘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모티콘 캐릭터에 대해 열어줄 수 있는 지갑이 필요한 시대임은 분명해졌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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