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카카오프렌즈 일곱 친구의 리더 프로도

나? 그냥 잡종견 그래도 메신저에선 VIP

프로도(오른쪽)과 단짝 친구 네오. 다음카카오 제공
프로도(오른쪽)과 단짝 친구 네오. 다음카카오 제공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4천100만 명 시대. 이제 문자 메시지의 시대는 가고 모바일 메신저 시대가 열렸다. '카톡' 하고 울려 퍼지는 간결한 기계음은 스마트폰 유저(user)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버렸고 하루 60억 건의 대화가 오간다는 카카오톡은 이제 '국민 메신저'로 부상한 지 오래다.

카톡 대화의 간극에 카카오프렌즈가 있다. 개성이 강한 7가지 캐릭터들의 인기는 이제 웬만한 연예인 반열에 올라와 있다. 이들은 대화의 윤활유, 채팅의 MSG가 되어 온라인 대화창을 뛰어다니며 사연을 전하고 있다. 오늘은 카카오 캐릭터 중 리더 격인 프로도(Frodo)를 가상으로 불러내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까칠한 잡종견이 털어놓는 모바일 메신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정신없으시죠?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요즘 아이돌급 인기를 실감합니다. 무대에서는 엑소(EXO)가 스타지만 메신저나 온라인에서는 저희들이 VIP입니다. 하루 수십억 건씩 쏟아지는 대화 속에서 '양념' 역할을 하다 보니 저희 일곱이 몸 10개가 있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특히 메신저 호출률 1위를 기록하는 저 프로도의 인기는 '국민 카톡견'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작년부터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도 난리입니다. 저희 캐릭터를 붙이기만 하면 매출이 몇 배씩 뛰니까 기업들도 저희들을 잡으려고 안달입니다.

-우선 일곱 친구들부터 소개해 주시죠. 다들 개성이 강하신데.

▶새침하고 사나운 고양이는 네오(Neo)입니다.(제 여친이죠) 파란 얼굴에 검은 단발머리가 매력 포인트죠.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무지(Muzi)는 토끼 옷을 입고 있지만 사실은 단무지랍니다. 노란 몸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무지와 단짝인 콘(Con)은 작은 악어입니다. 신비주의 캐릭터를 설정해서 항상 옆모습만 보여주죠. 유전자 변형으로 자웅동체(雌雄同體)가 된 복숭아 어피치(Apeach)는 개구쟁이 캐릭터로 사춘기 10대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튜브(Tube)는 소심한 오리 이미지로 공포를 느끼면 미친 오리로 변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죠. 제이지(Jay-G)는 땅속 나라 요원 두더지로 토끼 간을 찾기 위해 파견된 비밀요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부잣집 도시 개 콘셉트를 하고 있어요. 디즈니 만화의 플루토 기억나시죠? 이미지도 비슷하고 이름도 거기서 따왔답니다.

-인기 드라마, 개그의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지요.

▶얼마 전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 '카톡개'로 유명세를 탔죠. 시크한 표정으로 곁눈질하는 모습이 싱크로율 100%라는 소문이 났었어요. 신성록은 프로도 닮은꼴로 팬사인회까지 했는데 정작 나한테는 카톡 한 통 없네요. 요즘은 tvN 코미디 빅리그 '까톡친구들'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네오로 분장한 유세윤과 저로 꾸민 김기욱이 압권이더군요. 가끔씩 깜짝 등장하는 어피치 조세호도 무척 재미있어요.

-네오와 러브 라인이 형성돼 있는데 진짜 연인 사이인가?

▶기본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조합인데 불꽃이 튀기는 어려운 구조 아닌가요? 세상 일이 다 좋은 관계로만 맺어질 수 없잖아요. 부부가 코드가 조금 안 맞아도 둘이 합심해서 맞춰 가라는 주문 같기도 해요. 네오 계집애 머리가 가발이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흑흑. 외모 자신감의 근원이 그 헤어스타일이라나. 가끔씩 둘이 극장에 가서 팝콘 먹으며 영화도 보고 그런 사이입니다.

-전국 주요 대도시에 캐릭터 매장을 오픈했다는데 반응은 좋은가요?

▶작년 4월에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대도시 백화점에 임시매장을 개설했는데 난리가 났어요. 인형, 쿠션, 문구 등 80여 종 400여 개 상품을 판매했는데 3주 만에 모든 매장의 평균 매출이 5억, 6억을 넘겼으니까요. 서울, 부산, 대구(현대백화점 지하) 매장은 아예 정규 매장으로 전환했어요.

-기업체들과도 캐릭터 제휴를 통한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는데.

▶작년 7월 삼립식품과 '샤니 카카오프렌즈빵' 4종을 출시했어요. 주 고객층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스티커를 모으는 고전적 마케팅이죠. 올해엔 LG생활건강과 치약상품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입혀 출시했습니다. 우리은행과는 '우리뱅크월렛 카카오통장'을, 하나카드와는 '카카오페이 전용체크카드' 협약을 맺었어요. 참 대구은행과도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는데 알고 계셨나요? 특히 던킨도너츠는 3개월 한정으로 '프로도 & 네오 커플세트'를 출시했어요. 제가 주인공으로 나온 캐릭터, 흥행 결과 궁금하시죠? 매출이 무려 5배가 늘었답니다. 제 인기 실감하시죠?

-오프라인에서 상품 캐릭터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온라인에서 익숙했던 녀석들이 현실 속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에 대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가상공간에서 메시지를 실어 나르던 애들이 갑자기 상품이 되어 진열대에 놓이니까 바로 시선이 향한 거죠. 온'오프라인에서 부딪히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충성도, 친숙함도 더 커졌다고 봅니다.

-카카오프렌즈를 독립법인으로 분사(分社)하기로 했다면서요?

▶업계에 따르면 현재 모바일 캐릭터를 응용한 사업 규모는 5천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성장 속도가 무척 빨라 2, 3년 뒤에는 1조원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있어요. 다음카카오도 올 1분기에만 155억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캐릭터사업을 과거 경영 방식으로 꾸려가기엔 몸집이 너무 커버린 거죠. 올해 내 독립법인을 만들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우리 카카오 캐릭터를 지켜봐 주세요. 우리도 이제 '해리포터' '헬로키티' '미키마우스' 같은 스타 캐릭터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이미지 제공 다음카카오

◇카카오프랜즈 작가 권순호 씨 "일상생활 속의 모습 디테일한 관찰이 제 창작의 원동력"

열 줄 문장보다 이놈 캐릭터 표정 하나가 더 낫군!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카톡음'보다 더 바쁜 사람이 있다. 바로 카카오프렌즈를 만든 작가 권순호(39) 씨다. 작업으로 인터뷰로 각종 모임으로 정신이 없는 권 작가를 전화로 만나봤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창작의 아이디어 원동력은?

▶특별한 장소나 경험에서 얻기보다는 일상생활을 디테일하게 관찰하는 것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작업을 하다 보니 특별한 소스보다는 일반적인 자료를 사용하는 게 공감을 얻기 쉽거든요.

-캐릭터 사업이 큰 흥행 조짐을 보이는데 기분은?

▶글쎄요. 제가 사업전문가는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저도 잘…. 그냥 그리던 그림이나 계속 그려야죠. 당분간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작업에만 열중할 생각입니다.

-캐릭터들마다 콤플렉스, 상처를 접목한 이유는?

▶철학적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급진지) 세상 모든 만물이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이는 모습과 달리 반대되는 성향을 은근히 숨겨두면 조금 더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카카오프렌즈를 둘리, 뽀로로를 넘어서는 캐릭터로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그리는 일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다 제가 하는 일과 시대 코드가 맞아떨어지면 '국민 캐릭터' 탄생도 기대할 수 있겠죠.

-캐릭터 작업과 관련한 앞으로 계획은?

▶다양한 일러스트나 미술적 기술과 콜라보를 통해 뭔가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장이 "아니 뭐 이런 걸 만들었어? 미쳤나?"라고 할 정도의 혁신적인 아이템에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한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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