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정국이 시계 제로(0) 상태에 멈춰 서 국민을 위한 민생(民生) 정치는 실종되고 청와대와 여야 사이에 '강(强)대 강(强)'의 대치 국면만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당청 갈등, 계파 분란, 여야 대치 속에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여야는 25일 메르스 방역작업 지원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경기침체, 가계부채, 청년실업, 보육 문제 등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법안 처리는 올스톱됐다.
정부'여당이 서민경제 및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 청년일자리 창출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 등 60여 건이 6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한 박 대통령의 당부와 달리 정국이 점점 꼬여만 가고 있어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이 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 한 국회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여야 모두 민의보다는 당리당략에 휘둘렸고, 협상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민생 외면 국회, 국민 외면 정치권'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될 때까지 국회 일정 일체를 거부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모든 의사일정에 불참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 공전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공전과 파행 운영이 길어지면 여권이 추진 중인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한 주요 국정 과제들을 입법할 길도 막히게 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되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만을 내세울 뿐 정국 타개를 위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도 집권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은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집안 싸움에 매몰돼 여당 내부의 갈등이 격렬해질 전망이어서 경제'민생법안 처리는 더 난망이다.
여당 내부의 계파 분란이 쉽게 숙지지 않을 상황이라 새누리당도 당분간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역부족이다. 특히 야당과의 협상을 맡을 유승민 원내대표가 큰 상처를 입어 대야 협상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당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도 많은 시일이 걸려 경제'민생법안 처리는 여름 정국이 지나야만 첫발을 뗄 수 있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과 지도부 사퇴 논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청와대와의 법안 처리 및 정책 조율 활동, 야당과의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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