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리 해제 기다려 병원 찾은 암환자에 "딴 곳 가세요"

의심 증상 없는데도 진료거부, 병원 "대응 지침대로 했을 뿐"

메르스 관찰 대상이었다가 격리가 해제된 60대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진료 거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시와 A(63) 씨의 가족 등에 따르면 25일 낮 12시 15분쯤 A씨가 온몸의 통증과 심한 가래 등을 호소하며 119구급대에 의해 영남대병원에 이송(본지 27일 자 5면 보도)됐다.

A씨는 유방암으로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3일까지 병원에 격리됐고, 이후 격리가 해제돼 지난 19일까지 능동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통증 완화 등을 위해 영남대병원을 찾은 가족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병원 측이 대구의료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지 6일이 지난 뒤였고, 고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대구의료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았고, 메르스와 무관한 것 같다는 진단을 다시 받았다. 이에 A씨는 영남대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병원 측은 A씨의 요청을 거절하고 경북대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경북대병원으로 향했고, 경북대병원도 A씨에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메르스 유전자 검사와 음압격리병상 입원을 권유했고, A씨도 동의하고 음압격리병상으로 갔지만 되돌아 나와야 했다. 격리병상에는 몸이 불편한 A씨에게 필요한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는 정도의 건강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의 가족은 "가족들이 함께 격리병상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상황이 못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환자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다"면서 "격리병상이 없는 상태에서 의심 환자를 받을 수 없었고,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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