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1세 '왕언니 여고생'…경주여자정보고 1학년 이명희 씨

지난해 검정고시 거쳐 '꿈' 이뤄

'나이는 숫자일 뿐'.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교장 김영숙)에 독특한 학생이 재학 중이어서 화제다.

눈길을 끄는 학생은 올해 복지경영과에 입학한 이명희 학생(1학년). 희끗희끗한 머리로 주목받는 그는 61세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고교생이 됐지만 다른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경주가 고향인 이명희 학생은 집안 형편 탓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경주야간고등공민중학교에 조금 다녔을 뿐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지만 배우고 싶다는 열정은 여전했다. 지난해 경주의 한 야학에 다니며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6개월 만에 통과했고, 올해는 경주여자정보고에 입학, 여고생이 되고 싶은 꿈을 이뤘다.

이명희 학생은 "풋풋한 소녀들의 세계에 들어가 아름다운 꿈을 보듬는 소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운다"며 "학교생활이 내 삶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졸업 후 대학에 진학,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싶어 한다.

주변에선 이명희 학생이 '왕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학교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같은 학급 학생들을 위해 상담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학급 총무를 맡아 학급 살림살이도 챙긴다.

담임인 이형우 교사는 "젊은 교사들이 지식은 전달해 드리지만 인생을 사는 진지한 태도와 열정 면에서는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면서 "학급 운영상 여러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앞장서 해결해 주는 왕언니 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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