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게의 고향서 즐기는 '색다른 추억'…영덕 체험 여행

차유마을 포구 한쪽에 앉아 그물을 고치는 어민. 평소에는 이렇게 여느 어촌마을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홍준표 기자
차유마을 포구 한쪽에 앉아 그물을 고치는 어민. 평소에는 이렇게 여느 어촌마을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홍준표 기자
차유어촌체험마을
차유어촌체험마을
인량 전통마을
인량 전통마을
괴시리 전통마을
괴시리 전통마을

내일이면 7월이다. 아이들도 곧 있으면 여름방학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경북 영덕으로 여름휴가를 떠나 보자. 영덕은 체험 여행의 보고(寶庫)이다. 바다, 흙, 바람 등 자연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모두 차로 20분 거리 이내에 있다. 영덕에서 갯비린내 나는 포구 마을, 한옥이 어우러진 농촌에서 즐거운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다.

◆차유마을에서 어촌민이 되어 보자

축산면 경정리 차유어촌체험마을은 다양한 해양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덕대게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어촌마을인 이곳은 대게 원조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15 네티즌이 선정한 베스트 그곳'에서 4위에 오른 블루로드와 맞닿아 있다. 블루로드 중 차유마을에 있는 구간에는 영덕의 푸른 해변과 대게에서 모티브를 얻어 '푸른 대게의 길'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런 원조 대게 마을이란 자부심을 나타내듯이 마을 중앙에 있는 어촌체험센터 대문에도 붉은 대게 모형이 붙어 있다.

어촌 체험은 마을 포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족 여행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고둥 따개비 체험이다. 작은 칼과 소쿠리를 가지고 바다 입구 갯바위에 붙은 고둥과 따개비를 따는 체험은 사계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갯바위 아래 발목까지 푸른 바닷물이 차올라 시원함을 더해준다. 잡은 고둥이나 따개비는 즉석에서 삶아서 먹거나 죽으로 끓여서 먹을 수도 있다.

통발 체험은 통발 안에 정어리 조각을 미끼로 넣어서 저녁 시간에 갯바위 근처에 던지고 다음날 아침에 걷어 올린다. 생각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체험이지만, 운이 좋으면 문어와 고둥, 노래미 같은 배 타고 나가야 잡을 수 있는 고기가 잡히기도 한다. 이 밖에도 풍등 체험이 연중 진행된다.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종이로 등을 만들고 소원을 적은 뒤 바다 위 창공으로 날리며 소중한 추억을 새겨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 체험이 10인 이상 신청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차유어촌체험마을로 떠나려면 두세 가정이 함께 어울려 가는 게 좋겠다.

◆흙내음 맡으러 전통마을에 가자

차유마을에서 내륙을 향해 차로 10분만 달리면 괴시와 인량 등 전통마을 두 곳이 있다.

두 마을 중 인량마을은 보리 너울이 춤추는 곳이라 해서 '나라골 보리말'이라 불린다. 이곳은 농촌의 아름다움과 고택이 조화로운 곳으로 선비의 숨결과 문(文)의 향기가 도도히 흐르는 곳이다. 고려시대 이래로 8대 성씨 12종가가 거주한 전통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나귀가 입구에서 풀을 뜯어 먹는 나라골 보리말 체험학교가 있다. 인량마을은 2004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돼 폐교된 인량초등학교를 마을 주민이 사들여 체험학교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목공예 체험, 여치 집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마을 주민이 손수 재배한 채소로 만들어 내놓는 식사 역시 농촌 나들이의 묘미를 더한다. 이곳에서 지친 도시생활을 벗어나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옥수수와 복숭아 등 농산물 수확체험을 하며 길암종택, 용암종택 등 고택을 둘러볼 수 있다. 단, 문화해설사가 따로 있지 않은 탓에 사전에 공부하고 간다거나 고택마다 사는 주민에게 각 고택의 이야기를 물어봐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있다.

최병인 인량1리 이장은 "처음 체험학교를 시작할 때는 연간 2천 명 정도 방문했지만, 서서히 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연간 1만5천 명이 찾고 있다"며 "인량마을에서 나는 복숭아가 특히 맛있어서 여름에 체험학교를 찾는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은 체험학교 시설을 이용하거나, 마을에서 차로 10분만 더 들어가면 있는 룰루랄라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목은 이색의 흔적을 찾아서

인량마을 가까운 곳에 괴시리 전통마을도 있다. 이름부터 특이한 괴시리는 팔자 형국으로 형성된 영양 남씨 집성촌이다. 이곳은 고려말 삼은 중 하나인 목은 이색의 출생지로 유명한데, 200여 년 된 전통가옥 30여 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과거 이 마을의 위세가 대단했음을 알 수가 있다. 특이한 점은 골목을 걸을 때마다 담 너머에 꽃나무가 심겨 있다는 것이다. 꽃피는 봄이면 그 운치가 절정일 것 같다.

한편, 괴시마을도 문화해설사가 없는 데다 빈 고택이 많아 인량마을처럼 고택을 설명해줄 주민이 없는 게 다소 안타깝다.

마을 뒤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목은 이색 생가지와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옆에는 오래된 한옥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과거 영양 남씨들의 서당으로 사용된 곳이라 한다. 생가지와 기념관 조성 당시 이 건물을 사들이지 못해 그대로 남아있다. 아담한 크기의 이색 선생 기념관에 들어서면 이색 선생과 여말 성리학에 대한 각종 자료를 볼 수 있어 자녀의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된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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