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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일상 떠나 고즈넉한 산사서 하룻밤 어때요?…장육사 템플스테이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장육사. 영덕군청 제공.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장육사. 영덕군청 제공.

도시 생활은 피곤하다. 늘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한다. 직장과 사회의 지독한 경쟁은 숨통을 조여온다. 이럴 때 고즈넉한 산사를 채우는 풍경소리와 함께 자유로워지는 시간을 꿈꾼다면 영덕군 창수면에 있는 장육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보자.

장육사 템플스테이는 마음이 쉬는 곳을 표방한다. 그래서 장육사 스님들은 템플스테이를 찾은 현대인에게 예불, 참선, 공양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님과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참선하며 '참 나'를 찾고 싶다면 스님과 함께 참선을 하면 된다.

선운 장육사 부주지 스님은 "인간은 식탁에 앉아서도 밥부터 한술 뜰지, 찬을 먹고 밥을 먹을지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공양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발우공양으로 하세요'하지 않고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했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공간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장육사는 나옹선사가 1355년에 창건한 절이다. 이 정도 고찰이면 벌써 관광지화했을 법도 하건만, 말갛게 세안한 얼굴처럼 더없이 정갈하다. 절을 향하는 길에 매점이나 상가 하나 없다. 산 깊은 곳에 있는 절의 모습은 화려하지도 누추하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다. 아늑할 따름이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마저 없다면 세상에 홀로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적막하다. 그저 수행하는 도량 그 자체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래서인지 장육사에서 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절로 나옹선사가 남긴 시가 떠오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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