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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다시 보기] 극단 고도 창립 20돌 기념 '맥베스'

낯선 신체극 장르 도전, 연극계 신선한 충격

극단 고도 창립 20주년 기념극
극단 고도 창립 20주년 기념극 '맥베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공연된 극단 고도 창립 20주년 기념극 '맥베스'는 대구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흔히 접하기 힘든 신체극이라는 형태로 줄거리를 풀어내면서 연극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연극은 무엇인가'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흔한 말장난과 유머의 코드로 관객몰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이를 다양한 몸짓과 간결한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았다. 특히 안무와 조명이 탁월했다.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은 "쉽지 않은 20년의 세월을 버텨내 온 극단 고도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더 나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교감하길 기대한다"면서 "특히 이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공연은 20주년을 기념할 만한 공연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늘상 보던 생활연극이 아니라 낯선 신체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한 점을 높이 산다. 고도 20주년을 기념해 또 다른 20주년을 새롭게 기획하는 출발의 의미로 보여 정말 좋았다"고 했으며, B씨 역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배우가 많았지만, 몇 달 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낸 노고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장면. 원작에서는 맥베스의 반란을 부추겼던 레이디 맥베스가 미쳐서 죽어가는 것으로 쓰여 있지만, 이를 재해석해 맥베스가 레이디 맥베스의 목을 졸라 죽임으로써 근거 없는 반역에 대한 자기 속죄와 책임을 지는 행위처럼 풀이한 부분도 돋보였다. C씨는 "이것이 바로 연출의 매력"이라면서 "고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전하는 메시지로 재해석한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박정의 연출자 역시 연출의 말에서 "현대 권력자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죄의식 및 자기반성의 의미를 맥베스를 통해 되짚어보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평가위원단은 배우들의 발성과 화술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모든 대사가 1인칭 화자 시점으로 표현되면서 내지르는 듯한 발성이 많았지만, 이를 적절히 전달하는 데는 아쉬움이 컸다는 평가였다. 또 A씨는 "셰익스피어 원작이 갖는 언어적 미학이 많이 생략된 점이 아쉬웠다"고 언급했으며, D씨는 "맥베스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연극이다보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약간의 해설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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