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화·조직화 된 범죄…"처벌 약하다" 여론 반영

대구지검, 총책 등 28명 구속…'범죄단체구성죄' 적용

검찰이 29일 적발한 보이스피싱 일당에 대해 사기뿐 아니라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한 것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많고 대표적 서민경제 침해 사범이지만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조직폭력배에게 적용하는 범죄단체 구성 혐의가 인정되면 사기뿐 아니라 범죄단체 구성으로 가중 처벌이 가능해진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해도 사기죄를 적용하면 2, 3년 형을 받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여론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보이스피싱의 핵심 주도자는 해외 등으로 도피하고 상담원 등 단순 가담자만 적발해 벌금형 등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된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범죄 행태가 국제화되고 조직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총책과 중간간부 등 관리책임자, 상담원 등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드편취팀과 대출사기팀, 현금인출팀 등으로 팀을 세분해 운영해 왔고 상담원도 1차 상담원과 2차 상담원으로 나눴다. 월급을 받는 1차 상담원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단순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고, 2차 상담원은 실적에 따라 피해자에게 송금받은 금액의 7~15%를 수당으로 받았다.

또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도 분명했고, 조직 이탈자에 대한 보복도 존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 단체는 힘과 폭력으로 묶여 있지만 보이스피싱 단체는 사기를 목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통해 조직원을 묶었다"고 했다.

검찰은 범죄단체 구성 혐의 적용에서 더 나아가 이들이 빼돌린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피해금액을 차명계좌로 입금받을 경우 자금세탁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도 가능해졌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조직원 역할 분담, 위계질서, 조직 이탈자에 대한 응징, 장기간 범행 등을 종합하면 범죄단체 구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보이스피싱 일당들에 대해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얼마나 인정해 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범죄단체 구성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동강령, 가입 전에 단체의 목적에 대한 인지 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조직폭력 단체 등과 비교할 때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얼마나 범죄단체 구성 요건을 갖췄는지 검찰이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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