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 낭비' 욕먹는 무학터널 어쩐지…

지하도로 계획하다 '급선회'

예측에 못 미치는 교통량으로 예산낭비 논란(본지 29일 자 1면 보도)을 빚고 있는 무학로(무학터널)의 건설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무학로 추진 과정에서 효용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고, 주변 교통 분산 효과도 크게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건설을 강행한 때문이다.

대구시는 당시 황금네거리 교통량 분산을 위해 지하차도를 건설하려다 인근 주민 반대와 향후 황금네거리 교통량 감소, 교통 분산 효과 등의 이유로 무학로 건설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당시 황금네거리 교통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황금네거리 지하차도 건설을 대체한 무학로 건설이 주변 교통 분산에 있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무학로 건설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2005년 6월에 결정된 황금네거리 지하차도 건설 계획이 수성SK리더스뷰 주상복합아파트 준공 1년 전인 2009년 9월 무학로 건설로 대체됐다. 소음과 분진 등을 이유로 반대한 주민 의견과 향후 황금네거리 교통량 감소가 대체 이유였다.

2009년 8월에 작성된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황금네거리의 평일 오후 6~7시 교통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04년 1만129대에서 2006년 8천756대, 2007년 8천211대로 줄었고, 2008년 9천125대로 잠시 늘었다가 2009년 8천912대로 다시 줄었다. 이는 황금네거리 지하차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의회는 "시가 황금 지하차도 대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하차도의 필요성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원인자부담금 원칙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하는데 엉뚱한 데나 연관이 없는 지역에 사업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통량 조사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었다. 2006년과 2007년 교통량을 조사한 시는 9, 10월을 기준으로 삼았고, 시행자 측이 맡은 2004, 2008, 2009년 조사는 11, 2, 5월에 이뤄지는 등 조사시점이 달라 정확한 연도별 교통량 추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는 또 무학로가 지하차도보다 교차로 정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보고서에는 그 반대로 분석 결과가 나와 있다. 특히 황금네거리와 이와 직접 연결된 주요 교차로의 경우 대부분 지하차도의 지체 시간 감소 효과가 더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성SK리더스뷰의 직접 영향권인 황금네거리에 지하차도가 건설되면 대당 지체시간이 46.6초이지만 무학로 건설 땐 13초나 더 긴 59.6초로 예측됐다. 황금네거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한 나머지 교차로도 들안길네거리를 제외하곤 지하차도가 교통 혼잡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당시 지하차도에 대한 주민 반대가 워낙 심해 대체사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협약서에 지하차도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면 대체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황금네거리 부근에는 마땅한 대체사업을 찾을 수 없어 계획도로 중 미연결 구간으로 남아 있는 무학로를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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