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의 후속조치로 응급의료기관 병실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병상과 구역을 분리 운영하는 내용과 보호자 없는 병원을 표방하는 '포괄간호시범사업'도 포함한다. 이번 메르스 파동을 통해 세계 일류의 의료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후진적인 병실 문화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메르스 감염의 최대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사람의 응급실 환자가 수십 명의 또 다른 환자를 양산했다. 격리 조치도 없이 응급실 안팎을 며칠간이나 돌아다니며 의료진과 환자'보호자'방문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감염성 질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구분하지 않는 우리의 특이한 응급실 운영 탓에 메르스 환자의 절반가량이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우리의 별난 병실 문화는 이전부터 숱한 부조리를 안고 있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개선의 필요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대다수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새통을 이룬다. 가벼운 증상의 환자부터 말기암 환자까지 뒤섞인 채 보호자와 문병객들이 대중없이 드나들며 취객의 고성이 오가는 등 때로는 난장판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일반 병실도 다를 게 없다. 누구나 수시로 출입하며 음식물을 반입하고 특정 종교의식까지 벌이지만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 대한 통제도 없다. 여기엔 병문안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고유의 정서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제는 잘못된 병실 문화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병원 등 대구시내 대학병원들은 환자 면회와 응급실 출입 제한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병문안과 보호자 체류 등 문제 있는 병실 문화 개선을 위해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조치이다. 언제 불거질지 모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후진적인 병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단호한 추진과 함께 시민의 성숙한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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