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포비든 플래닛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축제 개막작은 '포비든 플래닛'이었다. 1989년 영국에서 제작돼 영국과 미국, 호주 등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런던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고 뮤지컬상을 받았다는 이력이 따라다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하기는 어려웠지만,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추억에 젖어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프레드 윌콕스 감독이 1956년에 만든 동명(同名)의 영화가 줄거리다. 문어 같은 우주괴물이 등장하거나 이 괴물이 실재가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에드워즈 우드 감독의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1958)이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1972) 등에서 따왔다는 것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18세기 희곡 원작에 1950년대 영화를 재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음악은 거의 60년대 곡이었다. 벤처스의 연주곡 'Wipe Out'과 'Telstar'를 시작으로 제임스 브라운의 'It's Man's Man's Man's World', 애니멀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비치 보이스의 'Good Vibrations', 60년대 사이키델릭 록 그룹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불렀던 밴 모리슨의 'Gloria'와 스테픈 울프의 'Born To Be Wild'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 많았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영상해설자로 등장한 것과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 잠깐 흘렀던 것을 양념으로 친다면 이날의 최고곡은 허드렛일을 하는 졸병 쿠키가 기타를 맡은 잠비스의 'She's Not There'였다.

애드립에서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의 도입부를 슬쩍 끼워넣거나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로 연결시키며 보인 그의 테크닉은 눈부셨다. 기타를 마이크 스탠드에 문지르거나 이빨로 물어뜯어 연주하는 것은 분명 지미 헨드릭스를 그대로 흉내 낸 것일 테고, 기타에 불을 지르거나 부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격정적이었다.

올해 뮤지컬 축제는 다음 달 12일까지 계속한다. 푸치니 오페라로 유명한 '투란도트'와 폐막작 '팬텀 오브 런던', 특별공연인 '태화강' '정도전' 등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축제가 지루한 메르스로 지친 많은 대구시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지나친 궁금증에 따른 사족 하나, 영국작품인데 왜 대부분 미국 가수 노래로 채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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