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돌라 30분·도보 두 시간
#쉬운 코스로 남녀노소 몰려
#수직 봉우리 아이거도 지척
우리에게 알프스라고 하면 아마도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오두막, 눈 덮인 봉우리와 빙하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와 스위스, 그리고 융프라우와 몽블랑 등등과 같은 이미지나 단어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멘리헨 언덕(Man nlichen'2,343m) 트레킹은 융프라우를 앞에 두고 걷는 산허리 길 코스로,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위스 중부 베르너 오버란트 산군의 주요 산악마을 그린델발트 남측 위에 있는 멘리헨은 주변의 눈 덮인 봉우리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지만 전망이 좋다. 그린델발트나 벵겐에서 곤돌라로 쉽게 오를 수 있고 두 시간 정도 걸리는 크라이네 샤데그까지의 산책로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산행출발지인 그린델발트는 아이거 북벽 서편 해발 1,034m의 드넓은 계곡에 위치해 있으며 알프스 최고 휴양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동서 16㎞에 걸친 뤼첸 계곡의 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멘리헨 남쪽 계곡에 있는 라우터부룬넨과 함께 이 지역 등산의 중심지이다. 분지처럼 드넓은 언덕에 베터호른과 아이거를 끼고 있는 그린델발트는 비탈진 사면에 그림 같은 정원을 꾸민 샬레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으며 마을 중심에는 각종 식당과 호텔, 기념품 상점들이 꽤 잘 갖춰져 있는 산악휴양지이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크라이네 샤데그행 열차를 타고 5분, 언덕길을 걸어 15분이면 닿는 그룬트에 멘리헨행 곤돌라 역이 있다. 고도를 1,300m나 오르기에 곤돌라를 타고 30분 걸려 멘리헨에 도착한다. 걸어 오르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 곤돌라 역 서쪽에 멘리헨 정상이 있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완만한 언덕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베르너 오버란트의 삼두마차(아이거, 뮌히, 융프라우)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돌리면 계곡 아래 인터라켄(interac ken)과 주변이 내려다보인다. 라틴어로 호수와 호수 사이라는 뜻이 있는 인터라켄은 12세기 초에 아우구스트파의 수도원이 세워진 종교의 중심지였지만 16세기에 종교개혁으로 수도원이 없어지고 휴양지로 바뀌기 시작해 1912년 16년간의 공사로 융프라우요흐 철도가 개설되어 더욱 번창해졌다.
이제 크라이네 샤데그로 이동한다. 내리막을 내려 곤돌라 전망대를 지나면 한동안 평탄하고 넓은 길이 이어지다가 좌측으로 가파른 낭떠러지가 있는 좁은 길이 나타난다. 그린델발트를 좌측 아래에 두고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돌면 아이거 북벽에 더욱 가까워진다. 학창시절이었던 1990년에 필자도 오른 적이 있는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에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봉우리이다. 1938년에 이룩한 초등 전후부터 오늘날까지도 아이거 북벽에서 생을 마감한 알피니스트들이 있기에 '산악인의 공동묘지'라는 별명까지 얻어 한때는 스위스 당국에서 등반금지령까지 내렸으며, 북벽에 매달려 동사한 모습을 망원경으로 보기 위해 세인들은 크라이네 샤데그에 줄을 섰다고 한다. 평지에 발붙이고 안전하게 사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수직의 세계에 들어서 본 이들은 그들이 그토록 오르려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다.
산허리 길 중간중간 전망 좋은 지점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하며 경치를 즐기지만 검고 위압적인 아이거 북벽의 모습을 시야에서 떨치기 어렵다. 세 봉우리 중 아이거가 가장 가깝게 보이며 크라이네 샤데그에 차츰 가까워지면 뮌히와 융프라우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학창시절에 오른 아이거뿐 아니라 중앙의 뮌히는 필자가 세 번이나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융프라우만은 날씨 등의 이유로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산도 사람과의 인연과 비슷한가 보다.
크라이네 샤데그에 이르면 그린델발트에서 기차로 오른 후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를 타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들과 함께 유럽에서 산악열차로 가장 높이 오르는 전망대에 다녀와도 좋으며 멘리헨에서의 산행이 부족하면 알피그렌을 거쳐 그린델발트로 걸어 내려온다. 야생화 밭과 전나무 숲, 멋진 통나무집들을 보며 1,800m 높이의 아이거 북벽 아래를 걷는다.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하산길은 힘들지 않고 알프스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어 좋다.
♣ tip
열차 타면 융프라우요흐 전망대…제설차 다져놓은 눈밭 산책
크라이네 샤데그까지 산행 후, 그린델발트까지 계속해서 산행하면 좋다. 줄곧 내리막인데, 가파르지 않고 길도 넓고 시원하다. 알피그렌 쪽으로 제법 넓은 길이 잘 나 있다. 중간중간 알파인 목장들도 지나고 운이 좋으면 커다란 솥에 우유를 장작불로 데워 치즈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큰 낫으로 풀을 베는 목동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목가적이다.
한편 크라이네 샤데그에서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 전망대에 올라도 좋다. 열차로 오를 수 있는 알프스 최고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만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전망대 바깥 설원으로 나가 30분 정도 눈밭을 걸어 뮌히요흐 산장까지 가 볼 만하다. 산장까지는 제설차가 길을 잘 다져놓는다. 산장의 특식 메뉴인 얼큰한 치즈요리 '아이거'가 인상적이다.
알프스 전문 산악인 vall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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