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흡연과 폐 건강

담배 피워도 멀쩡? 폐 절반 손상 때까지 증상 없을 뿐

이관호 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교수가 폐질환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이관호 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교수가 폐질환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직장인 이모(43) 씨는 두 달 전부터 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 올 초 담뱃값이 2천원이나 오르면서 금연 결심을 했지만 몇 달을 가지 못했다. 금단 현상을 참지 못해 니코틴 패치도 이용하고, 전자담배도 피웠지만 결국 흡연자로 되돌아왔다. 이 씨는 "두 배 가까이 오른 담뱃값도 이젠 익숙해졌다"면서 "가뜩이나 고된 업무에 스트레스까지 받는데 금연 스트레스까지 받긴 싫었다"고 말했다.

담뱃값이 두 배 가까이 뛴 지 6개월이 지났다. 담뱃값 인상 이후 반짝 줄었던 담배 판매량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이다. 담배는 주머니 사정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흡연은 폐 건강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폐암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폐렴이나 천식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90%가 흡연 탓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폐가 손상되면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다가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현재 만 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3.5%에 이른다. 특히 남성의 경우 5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호흡기 질환이다. 그러나 국내 COPD 환자 가운데 실제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사람은 환자 중 2.5%에 불과하다. COPD는 폐의 기능이 50% 이상 손실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COPD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으로, 90%를 차지한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 중 40%가 앓고 있을 정도로 빈도가 높다. 이는 COPD가 흡연을 한 지 20~25년 이상이 되면 나타나기 때문이다. COPD는 주로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이 나타나는데, 환자 가운데 80%는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난다. 만성기관지염은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1년에 3개월 이상 나타나며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폐기종은 기관지와 폐포벽이 파괴되는 질환으로 임상적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다.

COPD는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이다. 흡연 기간이 20년에 이르면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기침하게 된다. 가끔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계단을 오르거나 격하게 움직일 때 나타나던 호흡곤란이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가 어렵게 된다. 천식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다른 질환이다. COPD는 중년기에 서서히 시작하고, 장기간의 흡연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증상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기관지가 천식만큼 과민반응하진 않는다.

◆폐렴과 천식 악화시켜

흡연은 폐렴이나 천식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감염성 질환 중에 가장 흔하고,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치료가 쉽지 않다. 폐렴은 입 안에 있던 세균이 기관지로 들어오는 게 주원인이다. 면역력이 정상인 경우 폐의 방어능력으로 막아낼 수 있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나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치명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

천식은 폐와 기관지에 발생하는 만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다. 호흡곤란, 기침과 함께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4천 가지 이상의 해로운 화학물질에 노출돼 천식을 악화시킨다. 천식 발작이 일어나거나 기도를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도 내의 섬모를 손상시켜 감염 질환에 약하게 되고, 천식약의 치료 효과도 감소시킨다. 천식은 밤이나 새벽, 운동 후에 나빠지고 비염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비염 환자의 경우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콧물 등이 기도로 들어가 천식을 악화시킨다.

◆치료는 역시 금연

COPD는 흡연에 의한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악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다.

치료에는 기관지확장제를 주로 사용하고, 누런 가래가 나오거나 폐렴이 생기는 등 호흡기 감염이 있는 경우에 항생제 치료를 한다. 호흡재활치료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1주일에 3, 4회, 한 번에 30분~1시간가량 해야 한다. 적어도 2개월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

폐렴이나 독감 등의 예방접종도 받아야 한다. 감기는 COPD를 악화시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단 악화되기 시작하면 폐기능이 감소하고, 악화되는 빈도수가 잦아진다.

폐렴을 피하려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몸의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항생제를 쓰면 48~72시간 이내에 좋아지고, 1, 2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폐렴구균 백신이 완전한 예방책은 되지 않지만 심각한 폐렴구균 감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천식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물질을 피해야 한다. 가죽 소재의 소파가 낫고, 카펫이나 두꺼운 이불은 없애는 것이 좋다. 이불이나 침대 커버는 매주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 후 햇빛에 말려서 사용한다. 천식 조절제는 증상이 없어도 매일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치료제는 사용 후 반드시 입을 헹군다.

도움말 이관호 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교수, 진현정 교수, 최은영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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