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나비효과

나비는 깃털만큼이나 가볍다. 그런 나비가 날갯짓을 했다고 해서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한다니 당치 않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상학자였던 에드워드 로렌츠다.

로렌츠는 1961년 컴퓨터에 이런저런 수치를 넣어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실험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일이 생겼다. 그 이유를 추적하던 로렌츠는 정확히 0.506127을 넣어야 할 초기 실험값을 줄여서 0.506을 넣었더니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나온 사실을 찾아냈다. 소수점 0.0001의 미미한 차이가 불러온 큰 변화였다. 1972년 로렌츠는 이를 다듬어 "브라질 아마존의 정글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몇 주일 후 미국에서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올 1월 그리스에 좌파연합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들어설 때만 해도 대부분 국가에서 그리스 금융위기는 강 건너 불이었다. 그리스는 EU 28개국 중 하나에 불과하고 비중도 낮으니 그럴만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리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위기가 현실이 됐다. 주요 유럽 증시는 지난달 28일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2~5%씩 떨어졌다. 그리스의 은행 영업과 주식 거래는 중단됐다. 뱅크런(은행의 잇단 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리스는 이제 유로존 잔류냐, 탈퇴냐라는 국민 선택을 남겨두고 있다. 잔류하자니 EU의 혹독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고, 탈퇴하자니 그나마 있던 돈마저 휴지 조각이 되게 생겼다.

문제는 후폭풍이 그리스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로 촉발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른 신흥국에도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환율 변동성이 큰 터키와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된 우크라이나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같은 중남미 국가 역시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인근 러시아가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지적도 벌써부터 나와 있다.

그리스의 날갯짓이 어느 정도의 폭풍을 몰고 올지 전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수출 비중이 낮다고 나비의 날갯짓 정도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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