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 녀석 때문에 이렇게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주변의 형들과 어울려 다녔고, 그 무렵부터 담배도 피우고 오토바이도 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방학부터는 집에 며칠씩 들어오지 않더니,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에게 반항하기 일쑤입니다. 욕설이나 무단외출, 또래 친구 괴롭히기 등으로 징계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가슴을 졸였습니다. 가게에서 여러 명이 함께 옷을 훔쳐 달아나 가게 주인이 고발하여 CCTV 분석 후, 집으로 연락이 온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춘기를 조금 심하게 겪는 것으로 생각해 아이 아빠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해 보려고 했지요. 눈물로 달래보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는데, 그때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또 며칠이 지나면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 이제 많이 지쳤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며칠 전 남편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렸더니, 아이를 심하게 때려 또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이러다가 정말로 나쁜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지 불안합니다.
■해법= "북한도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 못 내려온 대…."
근래에 누구나 우스갯말로 들어봤을 얘기입니다. 이것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사춘기를 희화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이 말속에는 반항적이며 엇나간 10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용인되지만 청소년 문제가 가볍지만은 않다는 우려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 가서 보면 사춘기 한때의 반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지나친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학교 풍경을 소재로 현실감 있게 그려낸 드라마까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사례의 학생처럼 청소년의 탈선이나 비행의 정도가 심하여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년층의 60% 가까이 중학교 2학년들입니다. 청소년의 일탈행동과 비행도 심하면 이 역시 '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 형성과 같은 발달과업을 가지는 중요한 시기이나 주위의 여러 가지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심리적'사회적 부적응 상태에 빠지거나, 일탈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일탈 행동으로는 거짓말, 도벽, 무단결석, 가출, 약물 사용, 패싸움, 혼숙 등이 있는데 이를 '품행장애'라고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심각하게 무시하고 방해하는 경우, 나이에 맞는 사회규범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일이 자주 반복됩니다. 공격성을 띠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커집니다. 이와 같은 품행장애는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보다 보통 2.5배나 더 많다고 합니다.
사례 학생처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례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형들과 어울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거짓말을 하여 학원을 빠지고, 엄마 지갑에 있는 돈을 몰래 가져가고, 친구들을 때리는 등의 행동들이 계속 이어졌던 경우입니다. 그러나 학생의 어머니는 공부를 곧잘 하는 아이라 훈계보다는 그 행동들을 덮어두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보여 아이의 일탈 행동이 더욱 심해지게 됐습니다. 사례의 어머니는 상담진행 과정 초기에는 아들이 머리가 좋고 여린 아이라 나쁜 친구들 꾐에 빠져 일어난 일로 모든 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학생의 전반적인 심리검사를 임상전문가에게 의뢰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어머니의 비합리적 생각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충동적이고, 공격적 행동들이 악화되어가고 있는 상태로 보여 임상적인 진단을 필요로 하는 사례였습니다. 검사 결과는 지능이나 기분 장애, 주의력 결핍과 과잉 행동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어머니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이후 잘못된 양육태도와 교육방법, 비 일괄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감정표현에 대한 어머니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습관이 학생의 양심발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한 경우입니다.
또한 이 가정은 부부가 서로 대화도 하지 않는 등 화목하지 못한 모습을 자녀들에게 자주 보여줘서 집에 대한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가정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멀어지게 한 원인도 있어 아버지와도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아버지와의 상담을 통해 일탈이나 탈선과 같은 행동에는 매가 약이라고 생각되어 매를 든 행동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아들에게 우선 하도록 했으며, 아버지의 부재로 남성상을 모델링할 기회가 없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꼭 한 번은 함께 집 주변 공원을 걸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부모상담 과정에서 부부가 함께 아이가 자라온 환경이나 상황을 살펴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비행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부부가 함께 도와야 학생의 비행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음을 전달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사례 학생에게는 자신의 화나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 그리고 타인의 권리 존중을 위해 규칙을 지키는 방법,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배울 기회를 가졌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안내해, 한 달에 한 번 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과 같은 긍정적인 사회적 행위를 통해 자신에 초점을 둔 정서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적 정서로의 변화를 가져와 긍정적인 도덕적 정서와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상담자와의 새로운 대인관계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새로운 행동양식을 탐색함으로써 올바른 감정적 경험을 하는 기회와 부모 훈련을 통한 환경의 변화가 인지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사례를 상담하면서 '나무를 심는 사람'의 주인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우리는 황무지를 비옥하게 만든 노인처럼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유연한 태도가 필요할 때가 아닌지 되새겨봅니다.
진현숙/경북대 아동가족학과 상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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