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현장기록 112] 학교폭력 어른들의 관심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약 713만 명의 청소년 중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대략 28만 명에 다다르고 있다. 그중 고등학교 단계의 학생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유학과 같은 개인의 특별한 사정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경우도 있으나, 학교 밖 청소년의 51.6%가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둔다. 이것이 올해 5월 29일에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현재 대구성서경찰서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학교폭력은 점차 줄어, 이제 교내에서의 학교폭력은 안정화 단계에 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교폭력의 양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바로 학교 밖 청소년들과 관련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은 2012년 36.8%, 2013년 44.5%, 2014년 45%, 2015년 5월 기준 47%로 전체 소년범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많은 소년범들을 접하게 됐고, 그중 절반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교 밖 청소년이어서 이 청소년들이 봉착한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멘토를 맺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그들 모두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목표의식이 없어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학업에 흥미를 잃고, 나아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필자는 이들이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지 이유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그 공통점으로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 대부분의 가정은 결손 가정이거나 맞벌이 가정으로 가족이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집에 가도 따뜻하게 맞아 주는 사람 하나 없고, 모든 가족이 퇴근과 동시에 온종일 일하느라 피곤하여 잠자기 바쁜 상황이니 외로움에 익숙해진 아이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가정에서도 정을 못 붙이고 학교에서도 적응 못 하니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돌게 되고 자신과 같은 상황의 친구들끼리 뭉쳐 다니며, 부족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우리 아이들을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내몰아 소년범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았다.

필자가 학교폭력 담당자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정○○(15)라는 학생이 공갈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이혼하여 떠났고, 아버지는 사고로 인해 사망, 그 당시 친척집에 살고 있었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학교도 거의 나가지 않으며 친구들 집과 아파트 지하를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졌고, 급기야는 범죄를 저질러 필자에게 체포된 것이었다. 체포되어 조사받을 때 정 군의 눈을 보고 무기력감과 함께 어떠한 희망도 없어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 정 군은 학교 밖 생활을 청산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현재 미술가를 꿈꾸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던 정 군이 이제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알고 보니 정 군이 다니는 중학교 상담사 김○○ 선생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정 군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김 선생님은 정 군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을 때에도 친누나처럼 정 군과 동행하여 보호자 자격으로 와주었다. 또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학교에도 나가지 않는 정 군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대화를 나누었다. 학업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정 군을 다양한 프로그램에 연계해 주어 정 군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을 찾아 주었던 것이다. 김 선생님의 관심이 한 학생의 장래를 바꾸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현재 우리 경찰에서도 이러한 기적을 위해 학교 전담 경찰관들을 이용하여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발굴, 지속적인 멘토링을 통해 그들을 가정과 학교로 복귀시키거나 쉼터, 학교 밖 지원센터에 연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피부과학회와 연계하여 '사랑의 지우개'라는 청소년들의 문신을 제거해 주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시점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관심이다. 우리 어른들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 준다면, 김 선생님을 만나 건강한 삶을 사는 정 군처럼 그 청소년들에게도 반드시 변화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 한 청소년의 미래를 바꾸어 줄 수 있는 기적을 만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박장훈/대구성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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