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6년 만의 최악 경기, 더는 꾸물댈 시간 없다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현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제조업 6월 업황 BSI는 66으로 5월의 73보다 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극히 어둡다는 뜻이다. 올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세인데다 메르스 타격으로 인해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속출할 만큼 상황이 최악이다.

설상가상으로 1일로 만기가 돌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2조원을 결국 갚지 못해 그리스가 사실상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져들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등 우리 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전망마저 불투명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줄줄이 불거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1%로 크게 낮췄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들은 2%대의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위기감과 경기 전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구미산업단지의 경우 일감이 없어 문을 닫는 중소 제조업체가 쏟아질 정도다. 원화 강세의 여파로 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줄고, 내수 또한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등 정부의 정책은 국회에 발목 잡혀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랜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딴청을 피운다면 경제 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기업의 목을 죄고 있는 극심한 불황과 위기감을 제대로 파악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경제 살리기의 기회를 영영 놓친다면 기업'가계의 파탄은 물론 국가마저 휘청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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