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용(50) 대구 성서경찰서 보안계 경위는 이달 초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문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윤 경위가 담당하는 20대 탈북 여성에게서 온 것으로, 대구에 와서 초창기 적응하지 못할 때 윤 경위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던 일, 대학을 다니며 힘든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자신에게 약국 업무보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 일 등에 대해 고마움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5년간 신변 보호관으로 활동한 윤 경위는 30여 명의 탈북민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만난 탈북민들은 처음에는 하나같이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있었다. 탈북이라는 큰일을 겪은데다 경찰에 대한 경계가 심하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은 처음 경찰을 만나면 강압적이고 잔인한 북한 보위부를 떠올리죠. 그래서 다가가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고민거리를 자신의 일처럼 듣고 도와주는 윤 경위의 모습에 탈북민들은 마음의 문을 열어 그를 가족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담당하던 탈북민 한 사람이 결혼을 할 것 같다며 그에게 '혼주'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흔쾌히 승낙한 윤 경위는 신부의 아버지로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메일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 20대 탈북 여성도 편지 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꼭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 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가족처럼 생각해준다고 느껴질 때면 보람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감명을 받아요. 탈북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에요."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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