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58)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줄곧 농림수산부와 농림부, 농촌진흥청 등 농업분야 업무를 주로 해 온 '농업통'이다.
그는 국내 농업이 내수시장 포화에 따른 소비 한계, 자유무역협정(FTA)의 높은 파고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고부가가치화, 가공수출 체제로의 구조개편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 10월부터 aT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으로부터 우리 농수축산물 수출 현황과 전망, 한국농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농축수산물 수출 상황과 전망은.
▶세계 식품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그동안 동아시아 식자재 시장에서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 일본의 식품 안전성에 우리가 밀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산의 가격 급등과 원전사태 이후 일본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국산 식자재의 해외 판로 개척에 가능성이 보인다. 현재는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류 바람 등을 활용해 국내산 식자재의 유통망을 넓혀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경북 고령딸기의 러시아, 태국 등지로의 해외시장 개척, 성주참외의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장 진출, 팽이버섯의 수출시장 확대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식품의 해외 진출 상황은.
▶일본 이온, 중국 RT마트, 미국 코스트코 등 3개국 유명 유통마켓에 우리 식품 7천여 개 품목이 지난해 신규 입점 된 것을 비롯해 현재 3만 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딸기, 배, 고추장, 분유, 김 등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지속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김 수출액 2억7천400만달러를 포함해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83억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프랑스 와인(102억달러), 노르웨이 연어(70억달러), 뉴질랜드 키위(9억달러) 등과 같이 수출을 주도하는 글로벌 스타품목이 없다는 것이 한계다. 한식 세계화와 함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을 주도할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안은.
▶한류 열풍 등을 활용한 고급 한식을 동남아에 전파하는 한편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스트리트 푸드)도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본다. aT는 지난달 중화권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2015 홍콩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해 '꼭 먹어보아야 할 한국의 스트리트 푸드'를 테마로 한국의 유명 먹거리 골목을 재현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길거리 음식을 소개했다.
프랑스 크레페, 일본 다코야키, 중국 양꼬치처럼 우리나라 떡볶이, 닭강정, 호떡, 어묵, 튀김, 순대, 붕어빵, 떡꼬치 등 독특한 길거리 음식도 글로벌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aT의 중국시장 진출 상황과 전략은.
▶중국 식품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8천700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17%를 차지한다. 중국 수출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청두에 설립한 'aT센터'와 각 도시별 '수출지원센터' 등 중국 수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칭다오 수출전진기지'도 문을 연다.
여기에다 국제박람회와 현지 바이어 상담회에 적극 참여하고, 'K-FOOD FAIR'와 같은 문화연계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경기도 일산 KINTEX에서 단일국 최대 무역'투자 교류 복합행사인 '한-중 FTA 비즈니스 플라자'를 개최해 우리 식품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돌파구를 열었다.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은.
▶지난달 한국무역협회와 협업을 통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티몰(T-mall)에 한국관을 개통했다. T-mall은 2003년 개설된 중국 최대의 B2C 인터넷 쇼핑사이트로,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한국관 개통식을 하면서 시연, 전략설명회 등을 가짐으로써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향후 중국 주요 온라인쇼핑몰 내 한국식품 전용관을 4개까지 확대 운영하고, 다음 달 개관 예정인 칭다오 수출전진기지를 통해 안전하고 품질 높은 한국식품을 중국 전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또 다른 주요 해외시장 진출국은.
▶아세안, 특히 약진하고 있는 베트남시장과 할랄시장이 우리 농식품 수출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0년 이후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이 연평균 30%씩 늘고 있으며, 지난해 대 베트남 수출액은 4억3천500만달러로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중산층을 중심으로 홍삼을 비롯한 인삼류, 라면, 유제품, 버섯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 참치의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베트남의 한류 확산 등에 힘입어 최근 하노이 aT지사를 개소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한국식품 신규 입점, 현지 유통업체 및 바이어 발굴, 판촉'홍보행사, 수출상담회 등을 통해 동남아 수출시장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개척지인 할랄시장도 향후 관심을 모아야 할 곳이다. 전 세계 할랄식품(이슬람 율법으로 허용돼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2018년 세계 식음료시장의 17%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이슬람교도) 인구는 전 세계의 4분의 1가량인 18억 명으로, 향후 인구 증가와 구매력 향상이 예상된다. 전 세계 할랄시장 규모 중 동남아시아시장이 4천60억달러로 가장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aT는 2013년 인도네시아에 자카르타 aT센터를 개소한 뒤 할랄식품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이슬람국가 식품박람회 참가 등 할랄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향후 국내 수출업체의 할랄인증 지원 및 할랄시장 정보 제공, 수출마케터 파견을 통한 시장 진출 현지 지원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a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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