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외나무가 푸른 숲 되려면 함께 서야…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려는 우리에겐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모델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누구나 앱(App)을 개발'구축하도록 하여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1세기를 변화시킨 혁신의 아이콘으로 회자하는 이유다. 이와 같이 승객과 기차를 연결하는 역(驛)과 같이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 혹은 기업 등을 상호 연결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혼자 하지 않고 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결합시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플랫폼의 가치는 이미 공공 부문에서도 상생과 협력에 의한 동반성장의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즉, 정부가 전문지식이나 경제적 자원 등을 독점하여 사회를 관리하고 통치하던 정부(government)시대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함께 정책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시대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지역문제를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분야 간 혹은 지역 간 협력과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버넌스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발전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광역권 형성이 적극 모색되고 있는데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 7월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전국 최초로 자생적인 상생협력을 시도한 바 있었고,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에 각각 상생발전특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하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구경북한뿌리 상생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경북도청이 신도시로 이전하게 되면 상생협력은커녕 서로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없지 않다.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별다른 상생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도청이 대구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간에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상생협력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으로 행정구역의 의미가 허물어지고 있고 지역 간 상생협력이 지역발전을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분리가 상생협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은 맞지 않다 할 것이다.

도청 이전은 대구경북이 한뿌리라는 전통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으며 대구경북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대구와 경북이 분산된 지역의 역량을 어떤 분야에 집중하여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상생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적인 구호로만 머물러 있던 보여주기식 상생협력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을 위해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익공유를 통해 서로 얕아져 있는 신뢰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한뿌리 공동체만을 강조하고 아무런 실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익공유는 우선 지역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소통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속담에 '외나무가 되려면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면 함께 서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생협력의 바탕 위에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대구경북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전략을 실천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대구경북은 시도민의 가치관과 눈높이로 대구경북의 발전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플랫폼으로의 혁신이 요구된다.

장대진/경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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