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늑장 행정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 걸린 대구시

대구시 중구 포정동 옛 병무청 터가 영진교육재단에 팔렸다. 정부의 공매에 따라 지난 4월에 매매됐고 금액은 93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땅은 대구시가 2차에 걸쳐 추진 중인 경상감영 공원 복원 사업의 하나로 중삼문(中三門)을 세우려고 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난 1월 국립대구박물관 안의 시 부지를 국유지와 바꾼다는 계획을 세워 일부를 교환하고, 계속 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이에 정부가 사학재단에 팔아버린 것이다. 중삼문 건립은 1차 복원 사업에 포함된 것이어서 대구시가 영진교육재단으로부터 재매입하지 않으면 사업 전체의 궤도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대구시가 정부와 원활하게 협조가 되지 않아 빚어졌다. 정부는 요지의 땅을 교환할 뜻이 없는데 대구시는 기다리기만 하다가 일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대구시가 2004년부터 주최한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문제다. 지난해까지 12회째를 치르며 국제 행사로 자리 잡았는데 국민안전처가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서 위상이 위태롭게 됐다. 그러나 대구시는 개별 개최 주장만 되풀이할 뿐 사실상 정부와의 협의는 손 놓고 있다. 반면 해양안전박람회를 올해 겨우 2회째를 개최하는 인천시는 이 박람회를 국민안전처와 공동개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개최도시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정부 행사로 피해받지 않겠다는 발 빠른 행정 덕분이다.

늑장 행정은 일을 어렵게 만들거나 불가능하게 한다. 옛 병무청 터의 공매가 끝난 것은 지난 4월이었고, 국민안전처의 박람회 개최 발표는 5월이었다. 정부의 부처와 사전 소통만 이뤄졌으면, 조율을 통해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자세가 문제를 더욱 키운 것이다.

행정력이 이래서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더구나 경상감영 복원 계획은 대구시가 주창하는 문화예술중심 도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앞으로 사학재단과는 터 매입 협의를 하고,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축소나 통폐합이 되지 않도록 국민안전처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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