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인해 잘나가던 제 회사는 부도가 났습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광통신 전문 제조업체 ㈜폭스 허규성(52) 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2001년 8월 창업한 폭스. 신기술벤처기업 지정'우수 중소기업상 수상 등을 하며 거침없이 달렸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LS전선㈜ 구미사업장의 권유를 받았다. UTP케이블(인터넷 랜선) 생산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대기업의 제의다 보니 믿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및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믿음은 1년도 안 돼 깨졌다. 2012년 1월 월 최소 1만 상자 발주 조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에 나섰지만 갑작스런 발주 취소에다 영업부진 등을 이유로 발주율도 당초 계약의 평균 34% 정도에 그쳤다. 폭스 재무 장부엔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월 LS전선은 무상으로 지원하던 케이블 원자재인 구리선을 유상으로 바꿔버렸다. 구리를 사기 위해서는 월 6억여원을 추가로 물어야 했다.
또한 LS전선은 갑작스레 KS 인증을 요구, 인증이 있는 다른 하도급업체를 통해 납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전체 매출의 3%가량 손실이 일어났다.
LS전선의 황당한 행동은 끝이 없었다. 2013년 호주'독일 등으로의 수출품 생산을 요구, 작업장 및 인원을 늘렸지만 지속적으로 물량이 줄면서 적자 폭은 더 커져만 갔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엔 독일 수출 제품에 대해 단가를 17.4%나 일방적으로 깎아버렸다.
결국 폭스는 견디다 못해 지난해 11월 공장 문을 닫았다.
허 사장은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64억여원의 손실을 입고 회사가 망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달 부당특약'발주량 약속 불이행 등의 혐의로 LS전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현재 분쟁조정위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LS전선 구미사업장 측은 "폭스에 사업 참여 제안을 했다는 문서도 없다. 폭스 제품도 불량이 많았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이동하는 사업 환경 변화'경기 부진 등으로 발주율도 줄 수 밖에 없었다"며 법 위반은 없다고 주장했다.
LS전선은 또 "폭스는 무상으로 지급하는 구리선 중 상당량을 제품제조에 사용하지 않고 운용자금으로 도용했고, 본사의 상품권 도용'무단 판매 등 비도덕적인 위법 행위를 저질러 주문량이 확대될 수 없었다"면서 "KS 인증 획득 요청 역시 협력업체와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호주'독일 등 수출도 본사가 먼저 제안한 사실이 없고, 물량과 가격도 임의로 줄인 것이 아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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