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부정 본능

부정 본능/아지트 바르키'대니 브라워 지음 / 노태복 옮김 / 도서출판 부키 펴냄

인간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동차를 타면서 안전띠를 매지 않기도 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이러한 행동은 단지 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깜빡 잊어버린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선택된 것으로 이제는 인간의 본성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인간의 '현실 부정' 성향은 우리가 지구상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인간 사냥꾼 이론, 인간 도구 제작자 이론, 요리 가설, 협동 양육 가설, 수생 유인원 가설 등 많은 이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현실 부정'이라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혁신적 이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다가 죽을 운명(필멸성)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알아차리면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자 인류는 현실을 부정하는 고유한 능력을 진화시키면서 마침내 고차원적인 마음을 얻을 수 있었고 다른 동물보다 더욱더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실 부정 성향을 통해 수수께끼와도 같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찾아 떠나는 탐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대신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상이나 이론을 하나씩 따져 보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개와 인간의 관계, 코끼리가 소와 코뿔소를 죽이는 이유, 네안데르탈인의 매장 풍습, 우울증, 자살과 순교, 거짓말의 출현과 죄책감의 기원, 스카이다이빙 사고, 암환자의 낙관주의, 간디의 비폭력 원칙 등이다.

400쪽, 1만8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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