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이정우 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가난에도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아는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 평당 임대료는 15만2천원인 반면, 타워팰리스 평당 임대료는 11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청년들이 부자들보다 더 많은 평당 임대료를 내면서 더 열악한 주거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초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원룸과 다세대 등의 주택들은 빠른 속도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가난의 대가를 더 비싸게 치러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가난은 각종 혜택도 박탈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난할수록 복지나 지원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말이다. 실상은 안 그렇다. 최근 서민형 경제 상품의 혜택이 '여유 있는' 서민들에게만 집중된 것이 한 예다.
가난은 이제 뭔가 부족하고 불편한 일인 것만은 아니다. 더 많은 비용을 내야하고, 혜택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존엄마저 위협당해야 한다. 가난하기에 손가락질 받아야 하고, 무릎 꿇어야 하며, 막말의 수모를 감수해야 하는 '을'들이 요즘 참 많아졌다.
최근 퇴임한 이정우 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를 비롯해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등 모두 29명의 저자가 한국 사회의 온갖 불평등에 대해 다룬다. 불평등을 말할 때 소득 등 계산기로 두드려 볼 수 있는 경제 주제들이 흔히 언급돼 왔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복지, 교육, 건강, 젠더(성), 주거 등 다양한 주제의 불평등 담론을 펼친다. 모두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에서 외면 받아 온 주제들이다. 책 1부에서는 문제 제기를 하고, 2부에서는 그 대안을 얘기한다. 3부에는 이정우 교수와의 대담을 수록했다. 512쪽, 2만5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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