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산속에만 살아서 아는 것도 없고 뭔가를 써야 한다니 막막합니다. 그러나 마음 닦는 것에 대해서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반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절에 공양주가 새로 들어왔는데, 얼굴은 아주 참하게 생긴 보살님이 무엇이 불만인지 늘 인상을 쓰고 불친절한데다, 신도마다 흉을 하나씩 꼬집어 '구시렁거린다'는 겁니다. 공양주를 바꾸자는 신도들의 원성이 높았지만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주지 스님한테는 정성을 쏟고 청소 역시 깨끗이 하는지라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절에 들렀는데, 스님은 외출을 하시고 공양주 혼자 절을 지키고 있기에 차를 같이 마시면서 물었습니다.
"보살님은 얼굴도 참하게 생겼는데 어찌 그리 인상을 찌푸리고 있나요?" 하니 "자기보다 못생기고 뚱뚱한 신도들이 좋은 옷과 자동차를 타고 절에 오는 것을 보면 억울하고, 자기는 공양주로 궂은일만 하는데 그냥 욕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사용하는 법당이며, 요사체는 왜 그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하세요?" 하니 "신도들이 조심한다"는 거예요. 공양주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법당이며, 요사체며, 공양간을 조심해서 사용하고, '와 정말 깨끗하다'라는 신도들의 말을 들으면 뭔가 보상받는 느낌도 들고 우쭐해진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마음인 것입니다. "보살님, 그릇에 묻어 있는 음식 찌꺼기들을 설거지할 때 그릇을 신도들이라 생각하면서 설거지해 보세요"하니 "네?" 하고 무슨 말인가 합니다.
"보살님, 설거지를 하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 있는 채로 며칠을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벌레가 생기고 날파리가 모여들고 악취가 주방에 가득하겠지요? 보살님 마음속에 있는 시기와 질투심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이대로 두면 벌레가 좀 먹고 몸 구석구석 악취가 퍼져 온전치 못할 것입니다. 청소를 할 때마다 마음속에 있는 시기와 질투의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면 청소 후에 마음이 개운하고 기분이 좋은 것처럼 신도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입니다.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공양주는 알아들었는지 끄덕끄덕했습니다.
어느 날 도반 스님과 약속이 있어 절에 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기를 닦고 있는 신도들께 다과를 가져다주던 공양주가 "신도님들 마음에 있는 노폐물을 닦듯이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하며 신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막 법당에 들어서는 저를 보고도 "스님 수세미 때문에 저의 심술보가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며 수줍어했습니다. "하하하~."
누구나 아침저녁 세수를 합니다. 세면장에 들어서면 바닥 타일 틈새로 물때가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며칠만 닦지 않으면 거뭇거뭇 얼룩이 생기고, 아예 닦아주지 않으면 까맣게 때가 끼어 얼룩인지 원래 그런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생각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스트레스라는 마음의 때가 쌓여 시시때때 짜증이 생깁니다. 그대로 두게 되면 원래 자신의 성격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 닦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아침저녁 세수를 하듯 마음속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냅시다. 요즘 메르스로 인해 손 씻기 안내가 곳곳에 붙어 있더군요.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어디서든 손 소독을 하고 깨끗이 씻는 것처럼, 수세미가 공양주의 심술보를 없애 준 것처럼, 틈만 나면 우리네 마음을 깨끗이 씻어줍시다. 깨끗한 거울에 내 모습이 환하게 비치듯이 아침저녁 꾸준히 씻어내다 보면 본래의 성품을 찾아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차례차례 조금씩 자기 때를 벗긴다. 은세공이 은의 때를 벗기듯이'-법구경
지원 동화사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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