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회의 참석차 국회를 찾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회의 속개를 앞두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짧은 악수를 나눴다. 오전 회의에선 서로 눈인사도 없었다.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 자격으로 주재하는 회의에 그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는 청와대 측의 발걸음이어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렸다.
◆짧은 만남, 메시지 전달됐을까?
유 원내대표가 먼저 다가섰다. 오후 회의 속개를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선 유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을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가 "아이고 인사가 늦었다"며 고개를 숙여 악수를 청했다. 이에 이 비서실장도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고생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라며 짧게 인사했다.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색함이 묻어나왔다. 회의가 끝난 뒤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8분가량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은 회의 직후 유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실 앞에 있던 이 비서실장에게 "차 한잔 하시겠어요"라고 권하면서 이뤄졌다. 회동 후 이 비서실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 회의 끝나고 인사하고 나왔다"고 했고, 유 원내대표도 거취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이 비서실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다. 둘은 대표최고위원실에서 10여 분간 이야기를 눴다. 김 대표는 "(이 비서실장이 국회에) 온 김에 인사 온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거취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 논의)했다 해도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답했다.
이 비서실장이 새누리당 지도부와 가진 만남에서 과연 청와대의 메시지를 전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 "거부권 정국 맹공"
회의에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처사"라고 공세를 퍼부었고, 회의를 주재한 유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정책 질의와 결산 심사에 집중하자"며 청와대를 엄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은 "2015년 6월 25일(거부권 행사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라면서 "형식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회를 거부한 '유신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이 비서실장을 향해 "대통령을 똑바로 모시라"고 질타했다.
백군기 의원도 "과거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을 때 국회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대통령"이라며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달라졌다"고 비난했다.
부좌현 의원은 이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을 불러세워 당시 국무회의의 박 대통령 발언 원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됐는지 따져 묻고, 초안 공개까지 요구했다.
◆여, "대통령에 대한 예의 갖춰라"
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친박계가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6일까지 지켜보기로 한 만큼, 불필요하게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당연한 권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에 따라 불거진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과 그의 진퇴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당부하는 등 청와대 업무보고와 무관한 정치공세 성격의 질문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 비서실장은 운영위 개최에 앞서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위원님들께 염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완전 종식될 때까지 방역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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