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유권자 약 985만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한국시각 6일 오전 1시)까지 채권단이 지난달 25일 제안한 협상안에 찬성과 반대를 선택한다. 투표 질문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6월 25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제안한 협상안을 수용하느냐"다.
개표 결과의 윤곽은 오후 9시(한국시각 6일 오전 3시)쯤 돼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마지막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는 각각 44%와 43%, 43%와 42.5% 등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오차범위(3%)에 있어 개표가 상당히 진행돼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찬성 때는 구제 금융 협상 재개
투표 결과 찬성으로 결정되면 그리스는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단과 협상할 주체가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일지 아니면 거국적으로 구성된 과도정부일지 등은 확실치 않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찬성이 나오면 바로 사퇴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치프라스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사퇴하면 야당을 포함하는 거국적 과도정부가 들어서 채권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11년 11월 2차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루카스 파파디모스 전 그리스중앙은행 총재를 총리로 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해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과도정부가 수립돼도 총선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서는 시리자의 지지율이 가장 높아 총선에서 시리자가 재집권할 수도 있다.
◆반대 '채무 탕감 합의' vs '그렉시트'(유로존 탈퇴)
그리스 정부가 원하는 반대가 나오더라도 상황은 복잡하다. 부채 탕감 등이 포함된 더 좋은 협약이 체결될 것인지, 협상이 난항을 겪고 ECB가 유동성 지원을 중단해 그리스 은행들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지 등 예측이 어렵다. 그리스는 채권단의 제안 가운데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개편 등 일부 수정을 전제로 수용하겠다며 유럽안정화기구(ESM)가 2년 동안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다. 다만 IMF가 지난 2일 그리스의 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채무 탕감도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놔 협상의 쟁점은 긴축 정책보다 채무 탕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 지연으로 그리스가 오는 20일 ECB에 부채 3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와 긴급유동성지원(ELA) 중단 등 그리스는 파국을 맞게 된다. 경우에 따라 유로존 탈퇴라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20일 전에 3차 구제금융에 합의하거나, 합의 전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 론'을 우선 제공하고 8월 이후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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