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학교소개서는 대학입시 비공식 전형요소

학교소개서 잘 만들면, 학생들이 좋은 대학 간다고?

대학입시를 위해 학교도 학생들처럼 자기소개서를 쓴다? 자기소개서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의 핵심적인 전형요소이듯 학교소개서도 대입에서 중요한 요소일까? 그렇다면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학교도 정성을 쏟아 학교소개서를 써야 할까?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그렇다'이다.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처럼 학교도 교육과정을 토대로 학교의 특성을 보여주는 학교소개서를 쓴다. 서울대의 경우 일정한 양식을 정해 학교소개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은 특별히 학교소개서를 요구하지 않지만 고교 자체적으로 학교 프로파일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소개서를 만들어 대학에 홍보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학교소개서가 필요한 이유는 고등학교 유형의 다양화와 학교별 교육과정의 유연화 때문이다. 전국의 고교는 과거처럼 인문계, 실업계로 단순히 구분돼 있지 않다. 특목고, 자율고, 자율형공립고, 자율형사립고, 과목별 중점학교 등 이름만 들어서는 특성을 알기 어려운 고교 유형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반계 고교 역시 학교 환경과 학생 수준 등에 따라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학생들이 제각각이듯 학교도 제각각인 상황이 됐으니, 학교의 특징과 장점을 알리는 학교소개서의 필요성도 당연히 커진 것이다.

서울대는 물론 다른 대학들도 학교소개서를 학교 평가의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의 평가에서는 학교소개서를 통해 각 고교가 어떠한 교육과정을 운영했는지, 교내 학업 및 학업 외 활동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학생이 이를 선택할 기회는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파악한다고 털어놓는다. 이는 학교소개서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서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기초자료라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학교소개서는 역할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대입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자기소개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소개서 역시 다른 학교와 구별될 수 있게 특징적인 내용으로 작성해야 한다. 학교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몰라 학교 교육계획 파일 전체를 학교소개서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어려워 학교생활기록부를 그대로 제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학생을 평가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해당 학교의 주요 정보를 학교소개서에 요약해 담아야 한다.

일반 현황 측면에서는 학교의 신입생 선발 방식 및 구성 특징, 전년 대비 달라진 학교 현황, 특별한 지역 여건, 특색 사업 등을 소개하고,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특징적인 교과수업 내용이나 교내 프로그램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업의 운영 방식이나 교재, 평가 방식,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방식과 수강자 구성 방법 등을 소개함으로써 학생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자료가 돼야 한다.

학생이 참여한 활동의 경우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는 단순히 교내 ○○탐구발표대회에 참여해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등 개인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때 해당 활동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여주는 것은 학교소개서의 몫이다. 학교소개서에 대회 참여자 선정 과정과 인원, 탐구 절차와 결과물 평가 등을 제시하면 된다.

최근 고교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학년별로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한 특강을 하기도 하고, 실제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와 첨삭도 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자기소개서 쓰기 대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 관심을 키워왔듯이 이제는 학교소개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소개서는 몇몇 교사의 힘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교소개서를 만들 수 있다. 학교와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은 학생들의 진학에 대단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그에 더해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학교소개서를 잘 만들어 각 대학에 홍보할 수 있다면 학교의 진학 실적은 그만큼 향상될 것이 틀림없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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