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약령시 버스승강장. 휴지통에 산더미처럼 쌓인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이 바람이 불자 와르르 떨어졌다. 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내용물도 함께 쏟아져 승강장 한쪽이 이내 마시다가 만 커피와 얼음 녹은 물로 흥건해졌다. 마시던 커피를 승강장 벤치에 올려놓고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도 종종 있었다. 지난달부터 대구시 행정지침에 따라 시내버스 탑승 때 음료수가 든 일회용 컵을 들고 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구 구'군청들은 최근 몇 년간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테이크아웃 컵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커피 열풍을 타고 커피 전문점이 잇따라 들어서고 덩달아 카페 골목까지 등장하면서 여름철만 되면 도심 인도 곳곳이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은 무려 4천800여 개에 이른다. 업소당 하루 평균 50개 이상의 테이크아웃 컵이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20만~30만 개가 넘는 컵이 매일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동성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여름에는 1천ℓ짜리 쓰레기봉투의 3분의 2가 테이크아웃 컵으로 찬다"며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동성로 야외무대나 가로수 주변이 커피나 아이스크림 컵으로 뒤덮인다"고 했다.
이에 중구청은 일회용 컵 처리를 위해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여름엔 내용물과 컵을 따로 버리도록 새로운 휴지통을 설치했지만 시민들은 내용물만 넣어야 할 통에 다른 쓰레기도 함께 버려 쓰레기통을 결국 철거해야 했다.
박범우 중구청 녹색환경과장은 "쓰레기를 분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며 "휴지통 주위가 음료로 뒤덮여 일대 도로에 물 세척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신 중구청은 일회용 컵 퇴치를 위해 경상감영공원에 커피 컵 모양의 휴지통을 설치, 커피 컵만 버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카페 60여 개가 성업 중인 남구 대명동 앞산 카페거리 역시 일회용 컵 때문에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남구청 관계자는 "고심 끝에 휴지통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휴지통을 설치한 곳 일대에 쓰레기가 쌓이면 카페골목 전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구청 직원들이 쓰레기 투기 현장을 적발해 강력하게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거나 환경미화원들이 더 신경을 쓰는 방법으로 일회용 컵과의 전쟁을 벌일 작정"이라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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