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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수필/시 부문 심사평

매일신문사가 전국 언론사 최초로 제정한
매일신문사가 전국 언론사 최초로 제정한 '제1회 시니어문학상' 작품 심사가 1일 오후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심사위원들이 1천802편이나 접수된 응모작품을 꼼꼼히 읽어보며 수상작을 가려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논픽션 심사평·총평…최종 두 작품 놓고 첫날 결정 못 지어, 이튿날 모여 긴 토론 끝에 大賞 결정

인간은 심부에 놓여 있는 어떤 실체를 노출하거나 고백함으로써 자아를 발견하고 그 완성의 길을 엿본다고 할 때, 문학적인 글쓰기는 보다 유효한 도구가 된다. 문학은 고백을 기초로 하는 양식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년에 이르러서 쓰는 문학적인 글은, 젊은 시절에 비해 소재조차 더 절실히 선택하므로 자기 구원, 혹은 인생의 등가물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응모된 많은 글들은 하나하나가 그 시대를 보여주는 도상학(圖像學)이었고, 인생의 벽화(壁畵)였다.

이러한 노작들임에도 심사위원들은 호오를 가려내야 할 처지이다. 일생을 단순하게 나열한 글, 르포르타주를 넘어 고발성으로 기울어진 작품, 주제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작품, 표현력이 많이 미숙한 글을 단계적으로 제외하여,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와 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 중에 대상작을 결정하지 못해 오랫동안 숙의를 거듭하였다. 이는 심사의 경험상 극히 예외적이다. 원년의 대상작인 만큼 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히기로 한다.

우선, 두 작품은 성격과 성취도가 서로 판이해서 대상작의 선정 기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시니어'와 '문학상'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는 문제였다. 문학성은 가, 생애의 여실함은 이 앞서 있었다. 다음으로는 앞의 작품이 일제강점기 말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관찰했다는 논픽션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 뒤의 작품은 밝고 좋은 부분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성공 사례 수기' 같은 핍진성 결여가 다소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한편 를 쓴 작가가 상당히 알려진 수필가여서, 그가 논픽션 부분에 응모한 것을 수필에서 닦은 기량을 논픽션에서 활용한 일종의 '불공정'으로 봐야 할지 새로운 도전으로 봐야 하는지도 애매했다.

심사위원들은 첫날에 결정을 못 지어 이튿날 다시 모여서 긴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 끝에 가 보인 탁월한 문학적 성취에 동의하면서도, 깊은 산골에서 2만여 평의 밭을 일구는 생생한 기록이 우리 삶에 더 닿아 있다는 점이 부각된 을 대상 수상자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영예로운 의 원년 수상자가 된 두 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 이문열, 엄창석, 구활

◆수필 심사평…내공 꽉찬 문화해설사 재미와 의미 두루 갖춰, 시니어의 귀감 돋보여

노년층 인구 비중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다. 이들은 허리띠를 양식 삼아 배를 곯으면서도 자녀교육에 힘썼고, 부모공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건설에 크게 이바지하였으나 정작 노후준비에는 소홀했다. 지난했던 청장년 시절만큼 긴 세월을 노년이란 이름으로 외롭게 살아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의 긍지는 녹슨 훈장이 되어버렸고, 질병과 죽음, 외로움, 그리고 성과 사랑 등 당면문제들이 태산처럼 쌓여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뽑아야 할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니어세대들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이 이 상의 제정 취지이다. 가난과 폐허의 질곡을 헤쳐 나왔던 이야기,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정작 놓쳐버린 것에 대한 회한, 그리고 형제애와 효도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강을 이루었다.

연필에 침을 발라가면서 꾹꾹 찍어 쓴 양면 괘지, 또박또박 정성스레 써내려간 두툼한 200자 원고지, 전문가 못지않게 컴퓨터로 가지런히 편집 정리한 원고 등 응모 스타일만큼이나 응모자들의 글 솜씨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글이라고는 처음 써본 분에서부터 내로라할 만큼 문단에 지명도가 뚜렷한 분에 이르기까지 심사하기가 난감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로 가닥을 잡았다. 진솔하면서도 글때 묻지 않은 싱싱한 이야기, 그리고 문학적 완성도 높은 글을 제출했음에도 선에 들지 못한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물리적인 상 못지않은 긍지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시기 바란다.

윤봉중 씨의 를 최우수상으로 뽑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윤 씨는 펄벅기념관에서 '펄벅평전'을 자처하는 문화해설사로서 시니어의 귀감이 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충분히 내공을 쌓았기에 글 또한 시종 긴장을 유지하면서 재미와 의미를 고루 갖추었다. 축하드린다.

심사: 수필가 장호병(글), 허창옥

◆시 심사평…예스럽고 소박한 작품, 발라드 노래 같은 느낌, 7편 모두 일정한 수준

심사위원의 책임과 사명은 좋은 시를 가려내는 일이다. 좋은 시란 '발견이 있는 시'이기도 하고, '감동을 자아내는 시'이기도 하고, '진실이 배어나는 시'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이 우러나는 시'이기도 하고, '새로움이 넘쳐나는 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발견과 감동과 진실과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독창성과 패기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65세가 넘는 시니어(senior)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서정적인 시(詩)가 많았다. 서정시가 무엇입니까. 음악으로 치자면 발라드라고 할만 하지요. 가수의 가창력이 매끈한 발라드에서 결판나듯이 시(詩)의 깊이도 서정을 다루는 솜씨에서 결판날 수 있다고 본다. 이성재 씨의 작품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서적 갈등이나 지적인 언어의 반짝거림은 없었다. 응모한 7편의 작품이 한결같이 고졸(古拙)했다. 86세의 나이에 이만큼 고졸(古拙)하게 표현한 솜씨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가 난해해도 그 의미가 시의 보편성의 어느 언저리에라도 닿아있어야 시의 보편성의 테두리를 넓혀주는 구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시는 언어의 유려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언어의 유려함이 없다면 시다움이 없다고 본다. 같은 작품은 전체적으로 시적 도행(道行)의 저력은 볼 수 있었으나 시(詩)로서의 보편성을 제약하고 있음이 지적됐다.

시조와 한시를 심사한 민병도 심사위원은 "특히 의 깊은 은유, 의 직관력, 의 서사적 감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고 했고, 한시는 "응모 편수가 적었으나 한시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대적 미감(美感)과 시대정신의 반영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심사위원= 시인 도광의, 민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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