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주민과 수다떨며 살래요" 경산에 커피숍 연 배우 오승은 씨

"경산여고 '똘콩' 오승은이 경산에 사랑방을 열었어요. 커피 한잔 나누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영화 '두사부일체'로 유명한 오승은(37)이 최근 경산시에 커피숍을 열었다. 2008년 결혼과 동시에 연예활동을 접고 육아, 내조에 전념하다 고향에서 바리스타로 '제2막'의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경산경찰서 홍보대사로, 노래봉사로, 청소년 상담사로, 바리스타로 정신이 없는 오 씨를 옥산동 '레드카펫'에서 만나보았다.

중앙초, 경산여중, 경산여고를 졸업한 오 씨는 중학시절부터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평소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이 무대에서만큼은 폭발적 에너지로 넘쳐났다.

고교시절 경산여고엔 노래, 연극 등 예체능 동아리들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그녀를 눈여겨본 선배들이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으로 '납치'해버렸다. 학교에서도 그녀가 '재목'임을 알아보고 고1 때부터 연극영화 쪽으로 진로를 잡도록 협조해 주었다.

1999년 옥곡동 골목엔 오승은 씨의 합격(단국대 연극영화과)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학교에서도 연예인이 나온 것처럼 난리가 났다. 온갖 고생 끝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캠퍼스에서 그녀를 기다고 있는 건 '지방 출신 콤플렉스'였다.

"하지원, 추자현, 김현주가 동기였어요. 명품 백에 브랜드 옷을 입고 나타난 걔들이 선배인 줄 알고 폴더 인사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신분(?) 차이 때문에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오로지 학업과 연기에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녀의 숨은 끼와 재능을 알아본 지도교수님이 '정통 연기자'의 길로 그녀를 안내해 주었다.

그녀의 연예계 데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친구와 시내에서 식사 중에 길거리 캐스팅이 된 것이다. 같이 있던 친구는 이미 기획사를 들락거리던 친구였는데 매니저가 그 친구는 외면하고 오 씨에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당시 톱스타였던 장동건 씨와 한솥밥을 먹었고, 그녀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두사부일체'도 그때 찍었다. 처음에는 단역으로 캐스팅됐으나 그녀를 눈여겨본 윤제균 감독이 주연으로 역할 비중을 올려주었다.

그 후 시트콤인 '논스톱4' 드라마 '김약국의 딸들' '눈사람'에 출연했고 프로젝트 그룹 '더 빨강'에서 배슬기, 추소영과 음반을 냈다. 200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에선 영화대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7년 만에 고향에 내려와 지인, 이웃들과 수다나 떨려던 오 씨의 소박한 꿈은 이내 날아가 버렸다. 하루 수면 시간이 4시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 오 씨는 경산경찰서와 '범죄피해자 보호활동 홍보대사' 성폭력 피해아동 돕기 봉사 모임인 '해바라기' '사노봉'(사랑을 노래하는 봉사단)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2학기부터는 지역 후배들의 연기 지도를 위해 대경대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낭트영화제 때 초대되어 레드카펫을 밟았던 때의 설렘으로 지역에 '레드카펫'을 열었어요. 지역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사진 부탁? 망설이지 마세요. 포즈 취하고 기다릴게요."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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