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의사로 첫발을 딛게 될 무렵 서약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되새겨본다.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비록 위험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 서약이 선서로만 그치지 않고 얼마나 잘 지키며 살아왔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지난해 10월까지 치사율이 70% 수준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전염병에 무뎌진 우리나라에는 그나마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메르스는 우리의 두려움과 공포를 제대로 느끼게 해줬다. 오랫동안 잊혀 왔던 전염병 바이러스의 강력함을 온 국민이 현실적으로 깊숙이 체험하기에 충분했다. 그때 가장 의지하고픈 대상이 바로 의료진이었다. 그들의 능력과 판단, 대처하는 모든 행동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졌고, 잘못된 대처가 눈에 띄면 거센 비난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악성 댓글과 비난의 목소리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에볼라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을 때 전 세계의 의료진들이 각국에서 파견되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에볼라는 퇴치됐고 미국의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의 공포를 이기고 최전방에 나서 희생적 봉사를 한 의료진, 일명 '에볼라 파이터들'(THE EBOLA FIGHTERS)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의료진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에볼라 치료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메르스 발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에 감염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최전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이제는 각계각층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음을 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말없이 실천하는 그들을 보며 '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용기와 자비로 전 세계는 에볼라를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지속적인 희생을 통해 생명을 구하려 했던 에볼라 전사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는 타임지 편집장의 말처럼, 사회 전 분야에 불어닥친 국가적 위기상황과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국민적 불안감 속에서도 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들, '메르스 파이터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격려를 보낸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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