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마철 급성 설사

밤새 화장실 들락날락…복통·메스꺼움 세균 탓!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마철에는 각종 세균이 증식하기 쉽기 때문에 개인위생과 음식물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제공

#무더운 날씨 각종 세균 번식 쉬워

#어패류·해산물은 꼭 익혀 먹어야

#행주·도마·식기 뜨거운 물로 소독

#이틀 넘게 설사 계속…탈수 위험

직장인 김정인(28'여) 씨는 휴일을 이용해 동해안을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점심식사로 무심코 해산물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 심한 복통과 함께 속이 메스꺼웠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김 씨는 "해산물에서 조금 오래된 듯한 냄새가 났지만 그냥 먹은 게 화근이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린 뒤에야 회복될 수 있었다"고 푸념했다.

장마철에는 크고 작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신체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 음식이나 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세균이 쉽게 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세균에 의한 감염성 대장염은 여름철 흔하게 겪는 질환이다.

◆설사병과 식중독은 달라

설사는 하루 4차례 이상 배변을 하고, 양이 250g 이상인 묽은 변을 보는 것을 말한다. 급성 설사는 설사 증상이 4주 이내로 지속되는 경우다.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식중독으로 불리는 감염성 대장염이다.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지만 장티푸스나 세균성 이질, 아메바성 이질, O-157,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가막성 대장염 등은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 또 소화제나 항생제, 진통제 등 약물에 의해 설사를 하거나 버섯이나 해산물 속의 독성물질, 염증성 장질환, 게실염(대장벽이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등에 의해서도 급성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감염성 대장염은 원인균에 따라 열이 나거나 혈변 또는 점액질의 변을 보는 경우도 있고, 세균성 이질은 잔변감이 들기도 한다. 쌀뜨물 같은 변을 본다면 콜레라균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급성 설사는 심하지 않으면 약을 쓰지 않아도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열이 있거나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필요하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증상이 심해 설사의 양이 많은 경우에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냉장고 맹신은 금물

식중독은 세균 자체에 의한 식중독과 균이 분비하는 장독소에 의한 식중독으로 구분된다. 장 독소에 의한 식중독의 경우 음식이 상하지 않더라도 증상을 일으킨다. 세균이 만든 독성물질이 원인이기 때문에 음식을 끓여 먹어도 독소는 남는다. 따라서 냉장고나 익힌 음식을 맹신해서도 안 된다.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은 상태를 꼭 확인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냉장고를 청소하는 것이 좋다. 모든 음식은 익혀 먹되, 날로 먹을 때는 충분히 세척을 해야 한다. 행주와 도마, 식기는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싱크대와 오븐, 식기건조대 등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급성 설사가 심하다면 음식을 먹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전해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끓인 물이나 보리차 1ℓ에 찻숟가락으로 설탕 4술과 소금 1술을 타면 전해질 보충 음료가 된다. 시중에 판매하는 이온음료도 도움이 된다. 지사제는 병을 더 오래 끌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설사가 이틀이 지나도 멎지 않거나 횟수가 잦고 심한 경우에는 탈수 위험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염성 질환을 막는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손 씻기"라며 "손은 비누를 사용해서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손가락 사이와 손등까지 골고루 씻어야 한다. 어패류나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고, 음식물을 오랫동안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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