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 질주하는 해맞이다리, 보행자 가슴 철렁

일부 라이더 탓 '사고 다리' 오명

7일 대구시 동구 검사동 동촌해맞이다리. 바닥이 미끄러운데다 보행자와 부딪칠 위험이 있어 안전을 위해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7일 대구시 동구 검사동 동촌해맞이다리. 바닥이 미끄러운데다 보행자와 부딪칠 위험이 있어 안전을 위해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7일 오전 10시 대구 동구 검사동 동촌해맞이다리. 자전거 라이더들이 다리 입구에 설치된 '자전거에서 내려 손으로 끌고 걸어갑시다'라는 표지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보행자 사이를 위태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한 자전거 라이더가 이어폰을 낀 채 걸어가는 보행자를 앞질러가자 이를 보지 못한 보행자가 깜짝 놀라 난간에 부딪혔다. 김지은(67'여) 씨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자전거가 가장 무섭다. 안내 푯말은 뭐하러 붙여 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동촌해맞이다리가 행정 당국의 관리 부재와 무질서한 일부 자전거 라이더들 때문에 '사고 다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11년 개통된 이 다리는 길이 222m, 폭 6m의 사장교로 주위 경관 때문에 많은 시민이 찾는 산책 명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곳곳에 위험 구간이 있는데다 보행자 사이를 질주하는 자전거 라이더들 탓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리 위 중간 지점은 두 개의 탑이 설치돼 갑자기 폭이 6m에서 2m로 좁아지는 탓에 질주하는 자전거와 보행자와의 접촉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유정한(57) 씨는 "젊은 사람이야 잘 피하겠지만 노인들은 행동이 느려 좁은 공간에서 자전거를 잘 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리 위로 오르내리는 경사로 구간도 위험하다. 나선형으로 된 구간은 마주 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나 자전거가 부딪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 박모(57) 씨는 "한 달 전 자전거를 탄 채로 코너를 내려가다 마주 오는 사람을 보지 못해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며 "바닥을 보면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긁힌 흔적이 많다"고 말했다.

나무 바닥이 미끄러워 자전거 라이더들이 넘어져 다치는 일도 허다하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 김주현(62) 씨는 "비가 오면 나무 바닥이 물을 머금어 매우 미끄럽다. 자전거용 미끄럼 방지 도로를 만들거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말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이 몰려와 자전거를 탄 채로 일렬로 줄지어 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산책하러 자주 다리를 건넌다는 최희식(59) 씨는 "주말에는 한꺼번에 10~30명의 자전거동호회 사람들이 한 줄로 자전거를 타며 다리를 건넌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도 많은데 자전거가 지나갈 때는 부딪칠까 봐 마음 놓고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를 맡고 있는 동구청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라는 안내 푯말만 설치해놓았을 뿐 계도나 단속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안내를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조만간 경찰과 협조해 자전거 탑승을 막도록 주기적인 캠페인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